
소멸위기로 접어들었다는 접경지역 자치단체의 합계출산율이 강원특별자치도 내 1, 2, 3, 4위를 차지했다는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 2022년 출생 통보에 따르면 양구군은 합계출산율이 1.43명으로 도내 1위와 전국 5위를 기록했다. 이어 화천군이 1.40명(전국 6위), 철원군 1.40명(전국 7위), 인제군 1.31명(전국 9위)을 기록하는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가임여성 1명(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0.78명으로 2021년 보다 3.7%가 감소하면서 해마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접경지역 자치단체에서 전국 평균의 두 배 가까운 아이들이 태어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또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말하는 조출생률 역시 양구 6.9명을 비롯한 4개 군이 6.3~9명으로 전국 평균인 4.9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하지만 한때 100만명(1970년대)을 웃돌던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는 지난해 25만명 밑으로 추락했다.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망자가 출생자 수를 초월하는 데드크로스 현상도 202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더블 쇼크를 겪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접경지역은 6·25전쟁 이후 주둔 군부대가 70년 가까이 인근 자치단체의 경제활동과 시중 상경기를 좌지우지했지만, 지금은 군사시설보호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로 산업화 자체가 불가능한 불모지로 전락했다. 국방개혁으로 사단 사령부가 해체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 군장병과 젊은이들이 떠나고, 코로나19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으로 인구 감소는 물론 상경기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암울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화천·양구·고성의 인구가 반 토막 난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다.
2년 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특례군법제화추진협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33년 기준 화천의 인구는 현재보다 59.9%, 양구는 52.3%, 고성은 52.1%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암울한 접경지역 현실 속에서 합계출산율 상위권이라는 기록은 지역소멸을 지연시키면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결과는 양구군을 비롯한 접경지역 자치단체들의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고장’ 만들기를 위한 다양한 임신과 출산, 육아 정책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차별화된 출산 지원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양구군은 출산장려지원금은 물론 건강보험과 산모 의료비 및 약제비 등 출생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2020년 7월 운영을 시작한 조리원은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이용객이 452명으로 3년간 신생아 출산 가정에 6억3,000만원의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이어 산모와 신생아가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산후조리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평생학습도시인 양구군은 생애주기별 다양한 맞춤형 교육정책으로 정주여건을 개선 중이다. 올해부터 대학생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방과후 초등돌봄교실 연장과 진로진학 상담서비스, 온라인 수강권, 원어민 화상 영어학습, 영어·과학캠프를 통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자치단체들이 합계출산율 상위권 진입에 만족하지 말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부담 없이 행복하게 잘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적인 출산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되겠지만, 자치단체 스스로가 과감한 정책을 통해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