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90세 넘은 어린 소녀들”…그들의 삶은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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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발전소, 오는 10월 5일부터 9일까지
‘사라지는 살아지는展:삶의 궤적 속에 돌아보면 언제나 있었던’

◇예술의 꿈을 품어온 할머니들이 모여 오는 5일부터 할매발전소에서 ‘사라지는 살아지는展:삶의 궤적 속에 돌아보면 언제나 있었던’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감자 캐고, 옥수수 따고, 고추 따고, 콩도 따고… 일은 끝이 없었어. 학교도 못 다녔는데 당연히 그림도 안 그려봤지. 붓도 처음 잡아봐. 이런 걸 언제 해 봤겠어”

언제나 학교를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어린 시절의 소녀들은 할머니가 돼서야 비로소 꿈꿔온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폐교가 된 원주 황둔초 창평분교는 할머니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 돼, ‘할매발전소’라는 예술의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할머니들은 오는 5일부터 이곳, 할매발전소에서 처음 잡아본 붓으로 세상을 펼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라지는 살아지는 展: 삶의 궤적 속에 돌아보면 언제나 있었던’으로, 글조차 배워본 적 없지만 할머니가 직접 예술 창작의 주인공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거친 사투리 대신 노랑과 분홍빛의 색채와 떨림이 담긴 선에 마음을 담아 세월의 주름이 얹혀진 손으로 이들은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도화지에 색과 함께 숨을 불어 넣는다.

◇예술의 꿈을 품어온 할머니들이 모여 오는 5일부터 할매발전소에서 ‘사라지는 살아지는展:삶의 궤적 속에 돌아보면 언제나 있었던’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젊은 시절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꿈을 고이 간직하다 80세에 독학으로 동양화를 시작한 최향락(88) 할머니는 이번 전시를 맞아 이혜윤 작가와 함께 처음으로 추상화 작품인 ‘감각과 인지의 시간차’ 시리즈를 완성했다. 할머니의 리드미컬한 사투리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음악으로 재탄생 돼 학교 건물을 수놓는 미디어아트 쇼로도 상영된다. 이어 누군가의 딸이자 어머니, 이제는 누군가의 할머니가 된 전옥분 할머니의 순환되는 삶의 이야기를 계절과 함께 기록한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다.

김영채 할매발전소 대표는 “빠른 속도로 소중했던 장소와 시간들을 부수고 지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시대에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기억을 지켜 온 할머니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며 “할머니의 단단하고 강인한 삶의 에너지를 통해 위원을 얻고, 그리운 이름과 손잡고 떠나는 긴 소풍같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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