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은 고교 2학년 때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1위를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금메달 소식에 뒤늦게 기자들이 몰려와 수영복 차림으로 호텔 복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조오련은 1974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도 자유형 400m와 1,500m 금메달을 따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당시만 해도 수영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일제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그는 영웅이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농구 결승전. 우리나라는 신장 229㎝의 센터 야오밍과 ‘중국의 조던’ 후웨이동을 앞세운 중국팀의 공세에 밀려 13점이나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17.7초 전 문경은의 3점포로 88대90까지 따라붙었다. 이어 현주엽이 4.7초를 남기고 골밑슛을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며 끝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전에서 2점 차로 승리해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온 국민의 가슴에 터질 듯한 환희를 안겨준 승전보였다. ▼5년 전 남북 단일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카누 용선 500와 200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단일팀도 1,000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500 금메달은 남북 단일팀 역사상 첫 국제 종합대회 금메달이었다. 시상식에서는 아리랑이 처음으로 연주됐다. 이를 지켜보며 많은 국민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기원했다. 그러나 남과 북은 이제 항저우를 무대로 다시 경쟁자가 됐다. ▼아시아인들의 축제인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시작됐다. 승부와 메달도 중요하다. 그러나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는 승패가 전부는 아니다. 경기를 지켜보며 때때로 우리는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동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안겨준다. 경기 침체로 모두가 힘들 때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극전사들이 국민에게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감동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