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끝이 났네요. 긴 소송 기간과 반복되는 재판으로 전부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양육권과 재산분할의 치열한 다툼으로 1년을 훌쩍 넘긴 이혼 사건의 판결이 선고된 날, 의뢰인이 가사 전문 변호사인 필자에게 전한 말이다. 대략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변론기일에 참석해 대략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짧게 진술하고 나면 또다시 이런저런 사유로 다음 변론기일이 속행된다. 재판부의 신속하고 충분한 심리를 기대하고 소송을 어렵게 시작했지만, 긴 장마와 같은 지루한 법정 다툼이 계속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세 미만의 보호소년들이 저지른 비행에 대한 소년보호재판이 진행되는 날이면 법정 안팎은 보호소년과 보호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날 벌어지는 재판 지연의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18개 시·군의 모든 소년보호사건을 춘천지방법원이 관할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릉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춘천지법 강릉지원에도 소년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개선된 것은 없다. 영동지역 청소년들은 형사사건 처리를 위해 춘천지방법원까지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강원지역 사법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전국에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 법원은 모두 6곳인데(창원은 2025년 신설 예정), 그중 춘천이 여기에 해당된다. 더욱이 춘천지방법원은 가족관계등록비송 등의 사무를 관장하는 ‘가사과’마저 없어 그동안 민사과와 형사과 등에서 분산해서 처리해 왔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가사소송을 처리하는 데 1심 기준 평균 210일이 걸린 반면, 가정법원이 없는 법원은 평균 232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22일이 더 걸리는 셈이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춘천지방법원에 ‘가사과’를 신설하는 ‘법원사무기구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 예고했다. 관련 업무의 통합 처리 및 그 효율성과 전문성이 제고된다는 점에서 강원도민의 불편함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가사전담부서의 신설만으로 고무적인 일이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강원특별자치도에도 가정법원이 반드시 신설돼야 할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도내 2022년도 소년보호사건은 1,162건, 가정보호사건은 642건으로 최근 5년 동안의 소년보호사건과 가정보호사건은 전반적으로 증가되고 있지만, 현재 춘천지방법원 가사 단독 재판부가 소가 5억원 이하의 가사사건을 포함한 소년보호사건과 가정보호사건을 일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가사사건은 민사·형사사건과 달리 가정 내 갈등 문제에 관한 해결인 만큼 후견적 입장에서의 가정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법원 본래의 재판 기능을 넘어 당사자들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아픔,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대부분의 가사사건은 조정위원 등 외부 전문가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부부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의 재결합도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가정법원을 통한 전문가 양성과 교육 과정은 필수다. 마지막으로는 춘천지방법원과 춘천지방검찰청은 최근 강원특별자치도청과 함께 고은리 소재 행정복합타운으로의 이전을 결정했는데, 춘천가정법원 신설이 추진돼 청사의 동반 신축이 일거에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제는 153만 강원특별자치도민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