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두려움 딛고 한발짝…나약함에 용기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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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은수의 세상’ 무대 올라

20~21일 춘천 봄내극장서 성료
‘나아감’ 대하여 큰 울림 전해

◇2023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은수의 세상''이 21일 춘천 봄내극장 무대에 올라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 이재한 도예총 회장, 이해규 춘천연극제 이사장 등 내빈들과 출연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남덕 기자.

“이 방은 내가 만든 세상입니다. 이것들도 내가 여기 들였어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춘천 봄내극장에서 창간 78주년을 맞은 강원일보와 (사)춘천연극제, 춘천연극협회가 의기투합한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이민선 작가의 ‘은수의 세상’이 무대에 올랐다.

소파는 있지만 침대는 없는 작은 방을 자신의 세계라 여기는 은수는 그곳에서 자신의 애인과 선생님의 방문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상황에 은수는 예수 탄신일인 크리스마스에 맞춰 밖으로 나가기를 결심한다. 극은 은수의 외출 계획과 함께 전개됐다.

은수는 통제 가능한 자신의 작은 방을 사랑했다. 무엇 하나 자신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는 그 방은 그렇게 은수의 세상이 됐다. 은수는 하루의 대부분을 소파에 앉아 보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어린왕자를 읽기도 하고, 누군가 나의 세상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유튜브를 보기도 했다. 은수에게 있어 ‘통제 가능한 것’은 그 자체로 안정감이었다.

하지만 은수는 자신의 몸에 생긴 작은 문이 열리기 전, 먼저 문을 열고 나아가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은수가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들은 애인도, 선생님도 그리고 관객마저 그녀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먼저 잠이 든 애인의 코를 콱 틀어 막고 싶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자는 애인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의 곁에 눕는 은수의 모습에서 그녀가 애인의 세상을, 그리고 애인과 자신으로 연결된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나가고 싶어하는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극에 앞서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은 춘천연극제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김남덕 기자.

극의 클라이맥스인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함께 속마음을 선생님과 애인에게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그간 힘겨웠을 그녀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을 딛고 나아가려 하는 은수의 모습에서 그녀를 향한 답답한 마음은 이내 그녀를 향한 응원으로 바뀌었다.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던 그녀의 외롭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결국 은수는 조그마한 공간을 벗어나 이사를 결심한다.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용기에 절로 박수가 쳐졌다. 그녀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각자만의 세상을 확인하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은수처럼 자신의 세상 속에서 문을 열고, 다른 이들의 삶으로 향하기를 반복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문을 열고, 열고, 그리고 닫고 또 열고를 반복하며 살아가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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