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관계자만 참석해 제를 올리던 태백산천제가 바뀌어 가고 있다. 제례 제관과 도움을 주는 지원자만이 제를 올리기 위해 오르던 태백산에 이제는 제례에 함께하고자 하는 전국의 뜻있는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개천절이었던 지난달 3일 태백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찾아온 200여명이 태백산을 올랐다. 오전 11시 천제단에서 봉행되는 천제에 참여하기 위해 태백문화원에서 마련한 빨간색 단체 의례복을 입고 함께했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 신청을 한 시민들이 약속을 지키고 대거 참가한 것이다. 100여m 이상 길게 줄을 이으며 오르는 시민행렬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참가자의 말대로 진풍경을 연출했다.
시민행렬도 두 개의 작은 북 장단에 한 발짝, 한 발짝 박자를 맞춰 올랐고, 쉼터에서는 참가자들이 우리 가락 좋을시고 흥겨운 노랫가락도 한 곡조 멋들어지게 뽑으면서 천제단을 향했다. 참가자들 스스로 더 의미 있고 더 뜻깊은 시민행렬을 위해 멋과 맛을 가미하면서 오른 것이다.
태백산 정상 장군봉에서 참가자들은 기념 단체사진을 촬영했고, 300m에 이르는 마지막 천제단 가는 길 능선에는 빨간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산 정상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선 200여명의 시민행렬이 입은 빨간색 의례복과 단풍이 어우러졌고, 참가자들의 긴 행렬은 마치 가을 단풍 동산이 이동하는 모양새로 장관을 이뤘다.
태백산천제 이후에는 지름 120cm에 이르는 대북의 장엄한 소리가 천제를 올렸음을 하늘과 세상에 알렸다. 소리로서 세상과 하늘을 하나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소리꾼, 성악가, 국악인 등 다양한 음률이 조화롭게 음색을 맞추는 천상의 하모니 산상음악회가 장장 한 시간 동안 펼쳐졌다.
산상음악회는 대한민국 최고 높이 1,567m에서 행하는 음악회다. 최고 높이는 물론이거니와 굽이굽이 물결치는 발아래 산등성이를 사방팔방으로 내려다보는 세상에서 최고로 넓은 자연을 품은 천상의 무대인 것이다. 태백산은 차로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는 곳이라 소리를 하는 소리꾼들도 준비한 악기를 지니고 직접 올라야 하는 수고로움도 감내하는 산상음악회다. 숨이 차오르는 등반 이후에 시작하는 산상음악회라 목소리도 더 감미롭고 더 아름다워 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합창한다.
이처럼 서기 138년 신라 일성왕이 신하를 거느리고 태백산에 올랐다는 기록을 간직한 태백산천제가 전국에서 참여한 분들과 함께했고, 대북과 소리꾼이 천제를 세상에 고하는 울림을 만천하에 메아리치게 하고 있다. 태백문화원에서 태백산천제에 접목하고 있는 시민행렬과 산상음악회는 제례 관계자만 참석해 제만 올리던 그간의 관례에 분명 대혁신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국태민안, 우순풍조, 남북통일, 세계평화를 하늘에 기원하는 천제의 성격과 부합하게 우리나라 최고의 천제로 발전해나가고자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87년부터 태백문화원에서 천제를 봉행한 이래 실로 40여년 만의 의미 있는 첫 변화다.
태백문화원은 태백산천제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입혀 고전적인 문화를 낭만주의 문화로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