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린 사진작가의 다섯번째 개인전이 8일부터 12일까지 춘천 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다. ‘연(蓮), 어둠으로부터’ 를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뷰파인더 너머에서 포착한 연의 자태를 마치 수묵화에서 먹의 농담을 조절하는 것처럼, 빛과 어둠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표현해 냈다. 이전 전시인 ‘바다에 시간을 묻다’ 에서는 관조하는 관찰자의 시선이 느껴졌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자연이지만 정물을 다루는 것 처럼 작가의 개입이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이 특징적으로 읽힌다. 작가는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연이 지닌 정화의 이미지를 언급하면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빛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사진의 본령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부던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의 단골 소재인 화사한 연꽃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화면에서 색을 버린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연잎과 연밥은 박작가가 선호한다는, 일부러 빛의 양을 줄이는 로우 키(Low key) 촬영을 통해 배경은 어둠 속에 묻히고, 피사체는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다가오는 효과를 갖게 된다. 밀도 높은 어둠은 연으로 향하는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두기 충분할 정도로 묵직하게 다가오고, 그런 어둠 속에서 조우한 연은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다. 그렇게 완성된 박광린식 연의 한살이는, 인간의 그것처럼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품고 또 표현해 내는 군상의 모습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박작가는 “뒤돌아보면 간간이 흘러간 시간의 공백이 너무 길었다. 가끔 느슨해진 사진정신을 가다듬고 다짐을 반복해도 늘 제자리에서 걷는 느낌”이라며 “이번 연 시리즈 역시 불안정한 작업 스케줄로 겨를없이 밀어붙인 탓에 빈틈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다음 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이 시간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