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늘어나는 ‘할마·할빠’ … 돌봄비 서울 '30만원' VS 강원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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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늘면서 강원서도 황혼 육아 증가
건강·심리 지원 프로그램 취약해 확대 시급

퇴직 교직원인 이 모(63·춘천시 온의동)씨는 최근 또래 점심 모임을 갔다가 어린 손자를 데리고 나온 친구를 만났다. 잠시 맡길 곳이 없어 은퇴자 모임에 '합석'한 친구의 손자를 보며 이 씨는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도 내년 3월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서울에서 맞벌이 안하고 살 수 없는데, 우리 부부가 손자 육아를 맡아야 할 거 같다"며 "기쁘면서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맡는 '황혼 육아'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강원지역의 경우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커녕 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지역사회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도내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하원 시간에 마중 나온 보호자 10명 중 2~3명은 조부모"라며 "맞벌이 하는 자녀들을 위해 육아를 돕는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수련원은 2009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지난 9월 황혼 육아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1박 2일 과정으로 운영했다. 손자, 손녀 돌봄에 지친 부모를 걱정하는 자녀들이 주로 신청했고 21명이 참가했다. 참가자의 80%는 60대였고 50대, 70대도 있었다. 남성도 3명 있었다.

한국여성수련원 관계자는 "노년기 육아로 건강·심리 부담을 느끼는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치유 프로그램에 만족도가 높았다"며 "비슷한 경험을 하는 황혼 육아자끼리 위로, 격려하는 시간도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지역에서 이같은 황혼 육아자 프로그램은 일회성으로 그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등에게 월 30만원의 돌봄비를 지급하는 사업을 지난 9월부터 추진 중이다.

박재호 춘천북부노인복지관장은 "육아 방식이 많이 달라져 자녀 세대와 갈등을 겪는 조부모도 적지 않은데 육아법 교육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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