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삐-삐’ 무응답 다이얼 소리 … 가정폭력 구조요청 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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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112 신고 대응 우수 사례 45건 발표
삼악산 외국인 및 자살시도자 구조 사례 포함
구조 지연 시키는 생활민원성 신고 자제 필요

사진=연합뉴스

새벽에 가정 폭력을 당한 여성 A씨는 112에 신고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가해 남성이 가까이 있어 신고 사실을 알면 더 심각한 폭력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가해자가 방을 나간 사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이얼 버튼을 두 번 눌렀다. 강원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의 접수요원은 '삐~삐' 소리에 이른바 '무응답 신고'임을 직감하고 위치 조회를 했다. 긴급 출동하라는 '코드0(제로)'을 발령했고, 지구대·수사팀이 3분만에 출동해 피해자를 구조했다. 가해 남성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경찰청은 16일 '2023년 112신고 대응 우수사례' 45건을 발표했다. 강원경찰청도 7건 포함됐다.

강원청 112 접수요원이 지난 2월 새벽 5시께 '수면제와 번개탄을 구매했다'는 자살 암시글을 발견하고, 해당 사이트의 이메일 주소를 단서로 자살 고위험자를 구조한 사례도 있었다. 사이트에 정보제공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이름과 주소지를 파악해 신원을 확인했다.

춘천 삼악산 등산 중 길을 잃었던 외국인들이 112 통역 서비스를 이용해 무사히 하산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7월 프랑스 국적의 20대 여성의 구조 요청을 받고, 통역 요원이 있는 서울청에 도움을 요청해 위치를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 헬기, 119 산악구조대가 나서 구조했다.

이처럼 분초를 다투는 112 신고의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복병'은 생활민원성 신고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사이에 접수된 112신고 중 '비출동 신고(코드 4)'로 분류된 건수는 25만 1,610건으로 지난 한해 건수(22만 3,920건)를 이미 웃돌았다. "OO지역으로 가는 버스는 몇 시까지 운행하는가",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는 등의 황당한 신고도 있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사무에 대한 행정절차 안내 등은 182(경찰민원), 행정기관의 민원성 신고는 110·120(생활민원) 접수 창구가 있다"며 "긴급 신고가 몰리는 야간에는 다른 사건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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