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의 땅에서 다시 희망은 싹튼다”
강릉 출신 최정라 작가가 오는 26일까지 강릉 소집 갤러리에서 ‘비밀의 정원,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그는 고향인 강릉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던 중, 어느 날 꽃이 좋아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무모한 듯 보이지만, 마음 먹은 일에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그의 모습은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화마가 할퀴고 간 강릉 옥계와 경포의 사계절을 돌아본 이야기를 전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길고 긴 겨울의 잿빛 땅에 연둣빛 물결이 일렁이며,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모든 과정을 눈과 마음에 담아 자수와 그림 등 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여름-터리풀과 동고비, 박새’, ‘눈물’, ‘검은 숲’ 등 그의 작품에는 산불이 난 폐허에서 자생하는 꽃들과 나무가 담겨있다. 황폐해진 땅 위에서 모두가 좌절하던 그때, 자연의 선물인 꽃과 나무는 살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뜨거운 화마로 인해 흘러내린 송진이 소나무의 눈물과도 같아 보이지만, 소나무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본래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한다. 모두가 좌절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희망을 보는 것처럼 다시금 되살아나는 자연의 모습이 최 작가의 모습과 닮아있다.
더 나아가 그의 작품 ‘봄-노루귀’는 불탄 산에서 새싹을 틔우고 꽃잎을 펼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루귀의 강렬함과 삶의 의지가 느껴져 눈길을 끈다. 최정라 작가는 “사라진 후에야 그 존재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러한 소중함을 다시 느끼며, 자신의 사계절을 돌아보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