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특집]'교육경찰' 상공회의소… 기업과 학교를 잇는 다리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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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직업계고의 미래' 독일서 찾다

'아우스빌둥' 참여 허가 및 기업 제지 권한
학교와 기업의 협업의 중재자이자 감리감독
건실한 지역 기업도 독일 직업 교육의 '한 축'

◇독일 베루프스콜레 더 스타트 보트로프 학교에서 테베스 교장과 상공회의소 관계자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연수팀에게 학교 및 상공회의소의 '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일의 직업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관이 바로 지역 '상공회의소'이다. 경영상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회원들의 권익을 적극 대변하는 우리나라의 상공회의소와 달리 독일의 지역 상공회의소는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실질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다.

■ 학교와 기업을 잇는 상공회의소=독일에서 상공회의소는 학교와 기업 사이에 존재한다.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이원식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우선 기업이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려면 일정 요건을 갖춰 상공회의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우스빌둥'은 이론과 실습교육을 동시에 받는 독일의 이원식 직업교육이다. 필수 학문과 이론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실습 및 전문교육은 학생이 기업에 직접 가 배우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이 어떤 환경과 여건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상공회의소는 해당 기업이 학생을 전문인력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를 1차적으로 판단한다. 학교와 학생이 기업을 신뢰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상공회의소가 '인증'을 해주는 것이다.

교육생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상공회의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업의 인력부족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 학교에 제 때 오지 못하는 경우 상공회의소는 기업에 패널티를 준다. 아무리 제도화된 이원식 직업교육이라고 해도 학교에서의 교육은 국가가 정한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학생은 반드시 학교가 정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은 인력난 등을 이유로 학생을 일방적으로 잡아두지 못한다.

◇칼 하인츠 베렌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산업기술직업교육생 상담사가 독일 상공회의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칼 하인츠 베렌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산업기술직업교육생 상담사는 "상공회의소가 하는 일은 교육생이 필요한 기업을 돕고, 상담을 진행한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에 따른 상담도 진행을 하는데 학교나 기업, 학생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일을 처리한다"고 한다.

◇독일 미디어 전문직업학교(BILDUNG IN MEDIENBERUFEN)를 방문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강원일보 연수팀이 교사 및 학생들과 교육과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기업 문 닫게 할 정도의 패널티'=상공회의소의 권한은 사실상 막강하다. '기업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문제가생겼을 때 어느 정도의 패널티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노드트라인-베스트팔렌주 상공회의소측은 "최악의 경우 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학생의 안전 및 인권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상공회의소는 기업을 강력히 제지할 수 있다. 독일의 이원식 교육제도 안에서 기업안에서 발생하는 교육생관련 문제는 모두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상공회의소는 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에 대한 후속 조치에도 관여한다.

칼 하이츠 베렌트 상담사는 "만약 학생이 노동조합이나 상공회의소에 문제를 상담하거나 인권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고 신고하면 상공회의소가 이에 대한 감독 및 실태 조사에 나선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상공회의소를 '교육경찰'이라고 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상공회의소가 법정 경제단체로 정부와 경제계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독일의 상공회의소는 기업과 학교를 연결해, 궁극적으로 기업에 안정적인 인력 제공을 하는 한편 해당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와 기업의 협업에 상공회의소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BIBB(연방 직업교육연구소)를 방문한 연수팀이 전문가들과 독일 직업교육훈련제도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 건실한 지역기업이 있어 가능한 직업 교육=독일 지역 곳곳에 퍼져 있는 건실한 기업도 독일 직업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 기업이 학교보다 이원식 교육에 더욱 적극적이고 교육생 유치에도 관심이 더 많다. 강원도교육청 및 강원일보 연수팀이 방문한 보트로프의 경우 지역 상공회의소가 1년에 600여개의 관할 지역 기업을 방문하고, 이 가운데 학교와 협업할 150개 기업을 추린다. 또 매년 300여개 기업으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으며 9,0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한다.

해당 기업에서 이원식 교육을 받은 교육생의 70%이상은 그 기업에 취업해 명맥을 이어간다. 기업이 더 교육생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공회의소측은 "기업 입장에서는 전문인력으로 키워낼 교육생이 필요하다"며 "이론만 아는 인력 보다는 우리 기업에서 직업 일을 해보고, 관련 분야에 어느정도 숙련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교에 교육생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직업교육의 바탕에는 숙련된 전문 인력을 키워내려하는 지역 기업의 '수요'가 있는 셈이다.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 농촌지역에도 수십년, 수백년을 이어온 기업들이다. 교육생을 보낼 마땅한 기업을 찾지 못해 고민인 강원교육과는 출발 자체가 다르다.

다만 독일에서도 최근에는 임금이 적고 업무가 힘 든 생산직보다는 더 많은 돈을 받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상공회의소측 관계자는 "지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학생들이 지역 기업에서 교육을 받고, 그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을 막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독일 막스 본 베루프스콜리(Max-Born-Berufskolleg)에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강원일보 연수팀이 교사 및 학생들과 교육과정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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