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이 삶을 풍요롭고 편리 혹은 아름답게 만들어가면서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일정한 행동양식을 우리는 문화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 모습은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전해져 동질감을 만든다. 우리 민족의 생활 모습을 가늠하게 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아마도 고구려 고분벽화가 아닐까 싶다. 5세기~6세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이 벽화로 기록돼 문화의 동질성을 느끼게 한다, 광개토대왕릉비의 북서쪽 1km 지점에 나런히 있는 각저(씨름)총은 당시 생활 모습을 담은 벽화들이 남아 있다. 이 무덤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말굽 모양의 소반이 등장한다. 수렵도와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대표적인 무용총에도 소반을 들고 있는 사람, 방안에서 차를 마시는 귀족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오랜 시간동안 사용하던 사각 소반은 지역별로 특징을 갖고 있다. 강원지역에서 사용하는 소반을 강원반, 전라도 나주에서 사용하던 소반을 나주반, 황해도 해주에서 사용하던 소반을 해주반, 그리고 경상도 통영에서 사용하던 소반을 통영반으로 부른다.
산촌마을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강원사람들이 사용했던 강원반은 밥을 올리면 밥상이 되었고 책을 올리면 서안이 됐다. 백두대간 산촌에 살았던 강원사람들의 사람들의 성향과 특징이 잘 반영돼 있다. 단순한 디자인과 소박한 아름다움은 강원반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나무는 우리지역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피나무와 소나무를 사용해 제작했다. 도내에서 강원반을 볼 수 있는 곳은 강릉 선교장, 정선 아라리촌, 속초시립박물관 등이다. 그밖에 서울 고궁박물관도 강원반을 소장하고 있어 간혹 전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강릉선교장의 소반은 천판(상판) 모서리를 둥글게 굴렸고 변죽(천판 테두리)을 곡선을 두 개 이어서 멋을 냈다. 운각(천반아래 앞,뒤의 판)은 좌우를 3단으로 나눠 조형미를 만들어냈다. 판각(옆판)은 4각모양으로 크게 파내서 시원한 눈맛과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실용성을 높였다. 족대는 강원반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으로 요철 모양으로 홈을 내서 끼워 맞췄다.
바야흐로 미니멀한 삶이 각광 받는 시대다. 단순하고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화된 사회는 다원화된 관계를 강요하게 만든다. 그 구성원의 인간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되었다. 생활가구의 심플함은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 단순한 강원가구의 멋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