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생태계 파괴하는 가시박

홍병천 전 강원대 연구교수

울긋불긋 단풍의 고운 자태를 만끽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침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겨울의 문턱이다.

필자는 요즘 수변지역을 자주 걷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과 앙상해진 나무를 보며 좋은 추억을 기억하면서 아픔 또한 반추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곤 한다.

걸으면서 특히 하천 주변에 종다양성의 식물이 많이 있으나 가시박이라는 식물로 인해 많은 식물과 나무가 고사되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가시박 식물(학명:Sicyos angulatus)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목은 박목이며 과는 박과 종은 가시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환경부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였으며 개화기는 6~10월까지이며 꽃이 질 때 까지 열매를 맺는다. 한그루에 무려 2만5,000개의 씨앗을 맺는다고 하니 엄청난 숫자다.

추측하건대 1960년대 미군의 군수물자가 들어올 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한해살이 풀이지만 최고 8~10m까지 자라며 식물은 물론 나무에 넝쿨로 올라가 잎이 퍼지면 식물과 나무는 햇볕을 받을 수 없게 돼 광합성을 하지 못해 고사에 이르게 된다.

또한 가시박의 씨앗은 휴면기가 30년이나 돼 언제라도 조건만 맞으면 발아가 되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자랐던 곳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제거 시 잘린 뿌리에서도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완전 제거가 어렵고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제거해야 할 것이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굽이굽이 특히 수변지역은 가시박이 식물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제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첫째로 종자가 달리기 전에 뽑는 것이며, 둘째로는 지속적으로 뽑아야 하며, 셋째는 가능한 어렸을 때 뽑아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봄, 여름에는 그냥 방치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접어드는 요즘들어 흉물스러울까봐 많은 인력을 투입해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제거작업과 동시에 맺어있는 씨앗은 모두 떨어지게 된다. 예컨대 내년 봄에는 그 떨어진 씨앗이 왕성한 번식력에 의해 퍼져나갈 것이 불보듯 뻔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현재는 제거되어 보기야 좋겠지만 우리 속담에 “기름 쏟고 깨알 줍는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요즘 들과 산이 너무너무 아름답지 않는가? 이 아름다운 산하를 기성세대는 후세에게 더욱 아름답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요즘 뉴스에 의하면 빈대가 대구의 대학교 기숙사와 경기지역의 사우나, 찜질방, 고시원에서 소멸된 지 40년 만에 출현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최근 원주의 외국인 숙소에서도 빈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가시박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산과 들의 생태계를 교란시켜 먼 훗날 빈대 못지않게 커다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제거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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