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요칼럼]스토리가 이끄는 강원 관광

강옥희 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여행을 떠나보면 낯선 세상으로의 진입이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의 모든 것을 익히고, 눈에 담고, 맛보고 또 추억을 위해 뭔가를 사오고 싶어한다. 이런 여행자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은 그곳이 가진 스토리다. 예컨대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떠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영화 ‘글라디에이터’의 주인공인 막시무스 집으로 가는 길에 줄 세워져 있는 사이프러스 길을 언급한다. 마치 춘천 남이섬 하면 ‘겨울연가’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연상되듯이 말이다.

영월에 여러 번 갔지만 가장 인상적인 때는 훌륭한 문화해설사 한 분이 영월과 단종에 얽힌 역사를 생생하게 소개했을 적이다. 그제서야 단종릉인 장릉이 더 이상 유물이 아닌 머릿속에 그려지는 생생한 현재로 다가왔다. ‘단종의 시신에 손을 대는 자는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매서운 명령에도 불구하고 땅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목숨 걸고 거둔 영월 엄씨들의 스토리까지 들으니 영월과 영월분들이 이전과 달리 보일 정도였다.

이렇듯 스토리는 힘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료된다. 매료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한다. 더구나 요즘은 SNS를 통해 더욱 빠르게,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그러다 보니 많이 회자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원래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더 가깝고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제품의 기능, 성능에 대한 설명보다는 감정적 연결, 신뢰도 향상, 오랜 기억으로 마케팅의 핵심 목표를 달성코자 한다. 재미와 가치를 겸한 스토리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 및 브랜드를 알리고자 한다. 이에 감동한 고객은 주변 사람들에게 또 전달하게 되니 구전 마케팅까지 연결된다.

관광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강조되는 만큼이나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만 봐도 뗏목 모는 떼꾼들의 경복궁 중수를 배경으로 하는 정선의 ‘아리 아라리’ 뮤지컬, 삼척의 수로부인과 헌화가,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온 경포대의 다섯 개의 달은 물론, 드라마 도깨비의 주문진 방파제와 BTS 버스정류장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더구나 요즘 세계적으로 뜨고 있는 K콘텐츠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은 그 효과와 범위가 더욱 기대된다. 이제 세계를 풍미하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이 가져오는 무궁무진한 스토리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을 것이다.

이런 K콘텐츠의 중심엔 도의 수많은 스토리도 담겨 있다. 도는 뛰어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을 가지면서도 수도권과의 근접성으로 인해 국내 최고의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뮤직 비디오 로케이션 장소이기 때문이다. 주문진의 평범한 방파제와 지극히 단순한 버스정류장이 스토리가 얹혀졌다는 이유 하나로 세상 하나밖에 없는 방파제가 되고 세계 유일의 꼭 가 봐야 하는 버스정류장이 된다. 모두가 그 방파제에선 김고은과 공유가 되고, 그 벤치에 앉아선 BTS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근 관광지, 식당, 카페, 숙소까지 파급된다. 심지어 주문진의 도깨비 방파제가 너무 붐벼 인근의 유사 방파제에서 사진을 찍고 간다는 블로그 후기가 심심찮게 보일 정도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토스카나의 막시무스의 집 앞 사이프러스 나무 길이 영화 속 실제 촬영장소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도 사람들은 몰려가 그 길을 배경으로 분주히 사진을 찍는다. 그야말로 팩트를 넘어선 스토리의 완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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