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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궁핍한 시대의 지역축제, 혁신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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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창 동해문화관광재단 이사

중앙정부 긴축재정 기조와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긴축재정’과 도시의 성장판을 다시 열 ‘미래 투자는 더욱 확대돼야 한다’라는 두 개의 난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지자체의 선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용도가 불요불급하고, 목표가 불분명하며, 효과가 불투명한 예산은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축소하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면서 문화, 예술, 체육, 여성·청소년, 기후위기 관련 정책의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문화·예술분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자체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매년 축제를 여는 것은 지역민의 문화향유 기회 부여와 함께 지역에 산재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예술로 발전시키면서 산업과 관광으로 연계시키겠다는 목적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지자체에서 벌이는 많은 축제는 예산 대부분을 가수 초청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해 마을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고 자치 역량을 강화한다는 본래 목적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존 축제를 모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방정부는 최근 수년간 교부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자 확대재정을 꾸려나가면서 교부금이 부족할 때 어떻게 살림을 꾸려갈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 세계 경기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교부금 축소는 당분간 매년 반복될 우려가 높다. 널뛰는 교부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손쉬운 ‘허리띠 졸라매기’를 넘어 한정된 재정으로 문화예술을 부흥시키는 저비용 고효율의 지역축제의 혁신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전국 축제장의 감초격인 트로트·야시장·각설이의 익숙함과 결별하고 지역 문화·예술인 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 1회성 소비 위주 행사에 그치지 않는 생산성 축제,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축제로 새롭게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고유문화와 무관한 외부 이식성 행사는 퇴출하고 지역 고유 문화를 기반으로 한 킬러 콘텐츠 개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연마한 작품과 노력을 발표하는 장, 도시를 만든 시민들의 재능과 기능·개성을 보여주고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축제는 지역적·시대적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관객이 없으면 이뤄지지 않는 현장예술이다. 고품격 문화·예술·공연콘텐츠를 경험하기 어려운 지역에서의 축제는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와 정보의 창이 되기도 한다.

긴축재정의 시대를 슬기롭게 넘기는 방법으로 지역축제를 공허하게 소비하지 말고 ‘축제가 곧 산업이다’라는 자세로 직접적인 수익창출 및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축제 이외의 이익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혁신하기 제일 좋은 가시적 도구다. 이제 축제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탈피해 축제의 눈으로 축제를 바라보고, 그 현장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에너지를,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심정이 돼 지역축제를 변화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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