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의 40대 A씨는 지난 5월 자살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은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A씨의 자해 위험이 높다고 보고 ‘정신질환자 응급 입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강원지역에는 야간에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없어 충북 제천의 병원으로 이송됐고 A씨 보호조치에만 9시간이 걸렸다.
지난 8월 ‘서현역 흉기난동’사건 이후 정신질환자 대응체계가 중요해졌지만, 강원지역의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자·타해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들을 응급 입원시킬 병실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3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경찰이 의료기관에 의뢰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건수는 273건이었지만 이 중 12%(33건)는 반려됐다. 지난해 반려 비율(5%)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을 보일 경우 의사와 경찰관은 최장 72시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영서권 의료기관과 연계해 야간 시간대 정신질환자 응급 입원이 가능한 당직 병상을 매일 2개씩 운영 중이지만, 올해 이 곳에서 반려된 건수만 23건(강원대 병원 19건·예현병원 3건, 서인병원 1건)이었다. 정신과 입원 전력이 있는 10대 중반의 B양은 흉기로 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품행 장애로 자살 위험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응급 입원은 반려됐다.
유관기관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것 외에도 영동·남부권의 열악한 정신 건강 인프라도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원인이다.
정선의 40대 C씨는 올 7월 흉기로 타인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해 경찰이 응급입원을 결정했지만, 도내 당직 병상이 없어 제천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 격리 병상이 있는 경기도립정신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C씨 보호조치에 11시간이 걸렸다.
강원자치도 관계자는 “영동지역에도 정신질환자 야간 응급 입원이 가능한 당직 병상을 확보하고,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를 구축하는 안을 내년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