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5일 안을 제시했다. 춘천을 단독 분구하면서 또다시 6개 시·군을 묶는 공룡 선거구를 제시했다. 획정위가 발표한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 면적은 4,872㎢에 이른다. 서울 605.2㎢의 8배 정도다. 서울에서 48명의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속된 말로 ‘답이 안 나온다’. ▼이 같은 선거구는 3년 전에도 제시됐다. 당시 획정위는 2020년 4월15일 총선 43일 전인 3월3일에야 안을 내놓았다. 당시 안과 이번 제시안은 동해-삼척-태백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같다. 9석은 무산됐고 6개 시·군을 하나로 묶는 괴물 선거구는 당시 도내 정치권과 도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거대 지역과 지역 정서를 외쳤지만 획정위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발 물러서서 획정위가 지역 정서를 수렴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도민에게 비친 모습은 지역 정서 외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지역 정치권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춘천 갑) 의원은 선거구 획정에 인구소멸 지표와 면적 지표를 반영해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 권성동(강릉) 의원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선거구 획정에 농산어촌의 대표성이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 획정위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노용호(비례) 의원 역시 올 4월 ‘면적에 대한 선거구 특례 신설’을 촉구했다. 다만 이 같은 개정안은 정개특위에 머물러 있거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상황이다. ▼선거까지 불과 120일가량 남았다. 12일부터 예비후보자등록이 시작된다. 아직 정확한 구장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후보자에게 먼저 뛰고 유권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악습이 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17대 총선은 37일, 18대는 47일, 19대는 44일, 20대는 42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됐던 악습이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일찍 고쳐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