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에 실물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상저하고’ 기대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개인과 자영업자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아파트 경매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강원도(본청)의 채무액 규모는 1조1,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예산(9조5,052억원) 대비 채무비율은 12.18%였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20.15%), 대구(18.91%), 울산(17.56%), 부산(17.55%), 광주(17.19%), 세종(14.45%), 제주(14.28%)에 이어 여덟 번째로 높은 수치다. 고금리에 1년 새 아파트 경매건수도 75%로 폭등했다. 11월 강원자치도 내 아파트 경매는 105건으로 집계됐다. 전월(97건) 대비 8.2%, 전년 동월(60건)과 비교하면 무려 75.0% 증가한 수치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로 불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서민들이 급전을 빌리는 건수도 대폭 늘어났다. 도내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 128곳의 대출 잔액은 올해 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용자 수는 2,904명으로 25% 증가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서민들이 급전을 빌리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들 최후의 보루인 ‘전당포’만 놓고 보면 실상은 더 심각하다. 도내 15개 전당포의 대출 잔액은 16억여원으로 지난해보다 6% 감소했지만, 이용자 수는 2,118명으로 18% 증가했다. 소액 자금도 구하지 못해 전당포를 찾는 인원이 늘었다는 의미다.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환율·물가 오름세를 감안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당분간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 특히 고금리 직격탄을 맞는 서민들과 자영업자 대책이 시급하다. 자금난이 심해지면서 카드 돌려 막기로 버티는 신용 취약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0월 신용카드 9개 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조4,9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5% 급증했다.
대환대출이란 카드빚을 못 갚고 연체한 사람이 카드사로부터 상환 자금을 다시 빌리는 것을 말한다. 다중 채무자 연체율도 1년 전(0.75%)보다 2배 이상 뛰어 1.78%로 높아졌다. 3분기 말 현재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연체율 역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오른 1.67%에 달한다. 실물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여건도 마찬가지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9조 5,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치였다. 경기 침체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돼 대출상환이 어려워진 데다가 고물가와 공공요금 증가로 비용마저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민생에 최우선을 두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