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거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고 피부에 닿는 모든 대상이 낙(樂)보다는 고(苦)가 대부분이다. 실업, 신용 불량, 과당 경쟁, 과로, 가정불화 등 곳곳에 마음을 헤집는 가시들이다. ▼남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정신질환 환자는 많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말년에 거의 광인(狂人)이 됐다.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한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뉴딜(New Deal)’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다. 그도 피할 수 없는 병을 앓았다. 1945년 2월 스탈린, 처칠과 함께 얄타회담을 하던 루스벨트는 알츠하이머병을 숨겼다. 회담 3개월 후 그는 세상을 떴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현실을 비관해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6명)의 2배 이상을 웃돌며 다년간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중증 정신질환자 수는 2021년 65만명이 넘지만 지역사회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수는 16만명 정도다. 올 8월에는 서현역 흉기난동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7,800억원 규모의 예산을 국민 정신건강에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자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떨어뜨리기로 했다. 내년 중·고위험군 환자 8만명을 시작으로 국민 100만명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법원 등이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장기·복합과제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게 된다. 국민의 건강한 정신은 국가 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 돈만 나눠 주는 복지보다는 높은 생산성으로 연계될 수 있는 ‘마음의 복지’가 더 필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