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권익침해에 대한 피해구제를 함에 있어 금융당국이 응보적(應報的) 또는 회복적(回復的) 정책수단을 차별화해 선택하는 것은 다수 선의의 피해자 발생과 확대여부, 금융거래의 적정여부와 피해 금액, 금융회사의 위법 또는 불법행위의 양태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법률상으로는 2021년 3월25일부터 시행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터 잡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은 그동안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오랜 결실로써 소비자의 권익신장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라는 차원에서도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특히 금융회사가 적합성의 원칙 등 판매 규제를 위반한 경우 소비자가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 해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은 고무적이다.
위법계약의 해지는 소비자가 금융거래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위법사실을 알게 된 경우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이내의 범위 기간 내에 계약해지 요구권 행사가 가능한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행사요건은 금융회사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부당권유 행위 등 5대 판매규제를 위반해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한 경우 소비자에게 계약해지 요구권을 부여한 것이다. 소비자의 해지요구에 대해 금융회사는 수락여부를 1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돼 있고, 해지요구를 거절할 경우에는 거절사유도 함께 통지하도록 돼 있다. 더욱이 소비자가 위법사실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시한 경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금융회사가 해지요구를 거절한 경우에는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해지요구를 부당하게 거절한 금융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서는 제재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지권 행사방법은 소비자가 금융회사에게 금융상품의 명칭과 함께 앞에서 열거한 5대 판매규제의 법 위반사실이 기재된 계약해지요구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의 계약만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계약이 해지된 경우 금융회사는 수수료, 위약금 등 계약해지와 관련된 비용을 소비자에게 요구할 수 없다.
위법계약의 해지와 관련해 현재까지 금융거래 실무상 제기되는 유형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소비자의 위법계약 해지 요구를 금융회사가 수락한 경우 해지금액의 반환은 언제까지 이뤄져야 하는지이다. 이는 위법계약 해지 시점 이후부터 그 계약은 무효가 되므로 해지 이후 금액을 지체 없이 반환하지 않는 경우 그 금액은 민법상 부당이득에 해당돼 지급지체에 따른 민사상 책임이 부과된다. 둘째, 보험계약의 만기, 해약, 해지 또는 보험료 미납 등의 사유로 인한 해지인 경우 금융회사가 위법계약 해지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위법계약 해지권 행사 대상 금융상품은 계속적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계약의 효력이 상실됐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