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구지난설”
조선시대에 집필 된 ‘수성지’와 ‘택리지’에 실린 문구에서 유래한 이 말은 현재 강원도 영동지방에서 흔히 쓰는 말로 토착화 됐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바로, 강릉의 방언이다.
이를 소재로 강원 동해안의 미술 환경을 조명하는 전시가 오는 9일까지 강릉 대추무 파인아트에서 펼쳐진다. 박영후, 성상식, 이주영, 한승은, 황호빈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고향인 강원도를 떠났다가 돌아온 작가부터,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 고향은 다른 지역이나 강원도로 이주한 사람, 강원도로 이주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 모여 강원 동해안에서 작업한 삶을 나눈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영동 지방은 봄마다 대관령을 넘어 불어오는 마르고 거센 바람에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져 산을 태우고 사람의 마음을 태웠다. 산불이 난 황폐한 땅의 기억을 여전히 잊지 않고 사는 작가들은 이번 전시가 거센 바람이 아닌 하나의 따스한 바람이 돼 더 많은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를 바란다.

음악 작업과 시각 작업을 병행하는 성상식 작가는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작업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강릉 출신 박연후 작가는 삶의 주변에서 목격되는 다양한 경계의 지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작업에 녹아냈다.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작은 이야기들에 관심을 두어 온 이주영 작가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 되어 주고 있는 양양에서 잊혀져 갈 지난 날을 기록한다.
설희경 강릉 대추무 파인아트 디렉터는 “영동지방이어서 할 수 있고, 영동지방 이니까 할 수 있는 일구지난설 프로젝트는 강원 동해안 미술 환경의 오늘을 조명하고 모색한다”며 “앞으로 영동지방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꾸준히 톺아 보는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