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인 상호부조 방식이 바뀌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조사비 지출에 대한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부부들은 축의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몰 웨딩 업체로 몰리는가 하면 장례업계는 예상한 만큼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올 5월 백년가약을 맺은 이모(28·춘천)씨는 일반 웨딩홀이 아닌 야외에서 스몰 웨딩을 열었다. 축의금 지출에 부담을 느껴 결혼식 참석마저 꺼리는 지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인들의 결혼식에 갈 때마다 ‘축의금에 비해 식대나 좌석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뒷얘기를 들었다”며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에서 축의금으로 인한 괜한 꼬투리를 잡히기 싫었다. 스몰 웨딩이 비용은 200만 원가량 더 비쌌지만 하객들의 만족도가 높았기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고 있다.
춘천의 A 장례식장 관계자는 “조문객 음식 매출이 20% 이상 감소해 예산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엔데믹을 지난 이후에도 조문객 수가 좀처럼 예전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강원특별자치도민 228명이 포함된 전국의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1.1%가 ‘경조사 참석 횟수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경조사비 지출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20대 24.7%, 30대 17.1% 순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로부터 축의금과 부조금은 상호부조의 성격이 강했다. 가족 형태가 다양해진 추세에 맞게 축의금과 부조금 등의 관혼상제 문화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