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정부 최초로 지정된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북한 정권의 인권 문제를 강력히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 정권에 의해 고통받는 북한 동포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는 자유를 향한 여러분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를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계신 동포들이 강제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며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북한이탈주민 보호를 역설하자, 기념사를 듣던 일부 탈북자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윤 대통령 기념사 중간중간 연달아 박수와 함성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어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탈북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2005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초기 정착금을 대폭 개선하고 '미래행복통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탈북민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탈북민 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탈북민을 고용한 기업에 대해 세액 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여러 해외 인사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칭송했다.
동독 출신 첫 독일 대통령 요하임 가우크는 "독재가 자유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고,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이탈주민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은 "정의를 향한 귀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디자이너, 전복 양식업에 성공한 탈북민, 탈북민 출신 1호 변호사 등 다양한 꿈에 도전한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통일부 북한인권홍보대사인 배우 유지태 씨의 해설로 소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탈북민의 현실을 담은 영상을 참석자들과 함께 시청하다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국무회의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하라고 통일부에 지시한 바 있다.
이후 탈북민 의견 수렴을 거쳐 탈북민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정착 지원 정책 추진의 근간이 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1997년 7월 14일을 기념해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 임현수 글로벌연합 선교훈련원 이사장, 마순희 학마을 자조모임 대표, 위드봉사단에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해 온 김성민 대표는 북한 인민군 대위 출신으로 탈북민 정착 지원 유공자 중 처음으로 훈장을 받게 됐으며, 임현수 이사장은 북한에서 구호 활동을 하다 체포돼 31개월간 억류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전광삼 시민사회수석을 비롯해 북한이탈주민과 가족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