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가 6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역의료 확충' 방안에서조차 실질적인 지역 공공의료기관 운영 지원, 지역 의사 유지 방안 등이 주요 정책에서 빠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로 인한 피해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일보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지역, 중앙, 국제보건을 두루 거친 두 명의 공공의료 분야 전문가와 마주앉아 대담을 진행했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은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의과대학 조교수 등을 두루 거치며 시민사회와 학술 양쪽에서 시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 온 연구자이자 활동가다.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2017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 소속으로 활동하는 한편, 평창군보건의료원장 부임 전까지 경기도 안산시의 상록수보건소장,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예방의학 전문의이기도 한 두 사람은 최근 평창군이 주도하는 '공공의료 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한국의 지역에서 가능한 광역 지자체간, 지역 내부 협력 시스템의 바람직한 방안을 만들고 있다. 반복되는 '의료 대란'속에서 두 사람은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두 사람을 연결, 대담을 진행했다.
■정부가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마땅한 방안이 안 보인다. 최근 흐름 어떻게 보나.
△박건희 : 일단 취약지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독자적인 생존이 매우 어렵다. 현재 연구 용역을 통해 평창군 보건의료원의 기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논의 중인데, 인력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답이 잘 안 보인다.
△김명희 : 맞다. 사실 의료취약지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광역지자체와 국가가 책무성을 가지고 지역 시스템을 조정하지 않는 한 의료기관의 각자도생은 불가능하다. 평창군 보건의료원 체계 개편을 위한 용역에서도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있다. 우선 지방의료원만 두고 봐도 운영이 매우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차원에서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중 가장 심각한 인력 문제로 초점을 좁힌다면 지역에 있는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독자적으로 채용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강원도를 두고 보면 강원대병원도 현재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신통한 답을 내 놓기 힘들다. 그렇다면 양성의 문제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서로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서 분배하는 안을 내 볼수 있는 것 아닌가?
△박건희 : 맞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데, 학칙 개정이 맞물리는 시점인 만큼 강원자치도가 대학과 협력해서 강원대 입학인원 전부를 지역의사전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 입학할 때부터 지역에 복무하도록 서약하고 전부 장학금으로 교육과정부터 수련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일차의료와 관련해서도 평창군에서 시범적으로 진행 중인 모델이 있다고 들었다.
△박건희 :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직군이 협업, 주민에게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권역별로 방문 진료 등도 계획하고 있고, 최근 가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한 분이 오셨는데 아주 인기가 많으시다. 아직 한국 시민들이 포괄적인 일차의료를 본격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지 않으나 가까이에서 주민의 건강관리를 잘 해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있다면 굳이 큰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현재는 이런 시스템을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재정보상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초기에 공공에서 책무성을 가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민간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불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명희 : 맞다. 흔히 주민들이 큰 병원만 찾는다고 생각하는데, 표현할 말이 '큰 병원'이었던 것 뿐이지, 정말로 그런 방식을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까이에서 포괄적으로 주민의 건강관리를 해줄 수 있는 병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점에 공감대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자원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의 자원이 아주 작다고는 할 수 없다. 알래스카처럼 아주 격오지에 위치한 지형은 아니지 않나. 주민 가까이에서 효율 좋은, 포괄적인 일차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지금 평창을 비롯한 강원자치도내 각 시·군이 충분히 선도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그러한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주민이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