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새벽 시간대 숭례문 지하보도에서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리모씨가 4일 구속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이날 오후 살인 혐의를 받는 리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리씨는 지난 2일 오전 5시 10분께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중구 용역업체 환경미화원인 60대 조모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경찰은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조씨는 발견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후 오전 6시 2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조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다발성 자창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리씨는 작년 5월부터 알고 지낸 조씨에게 물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조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씨는 범행 3시간 40분 만에 동자동 쪽방촌 인근 골목에서 긴급체포 됐다.
무직인 리씨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 여인숙에 살면서 노숙 생활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보도 인근 상인들은 평소 두 사람이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에서 옷을 파는 70대 상인은 "상인들이 다 퇴근하고 난 후인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청소하는 것 같은데, 둘이 자리 문제로 자주 다퉜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하보도에서 이날까지 대청소가 예정돼 있었는데, 물품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왔다.
지하보도 벽에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계단 및 통로의 물청소를 실시한다'는 중구청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지하보도에 방치된 개인 물품은 7월 28일까지 자진 수거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또 다른 70대 상인은 "요 며칠 사이 지하보도에 노숙자들이 많이 줄었고, 박스나 텐트 같은 개인 물품들이 치워져 있었다"며 "그런 문제로 둘 사이 트러블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8분께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영장실질심사에출석한 리씨는 취재진이 접근하자 "찍지 마요"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몰라요"라고 답했다.
이어 '범행도구를 어디서 준비했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