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강원도민의 식수원 소양호 녹조 유기적 대응체계 구축

홍은미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부교수

언제부터인가 매해 여름이 지날 때마다 지구촌의 이상 기후 현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키워드는 이제 새롭지 않음에도 끊임없는 이슈로 등장한다. 대한민국에 장마가 없어지고 동남아성 기후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고, 열대야 지속일수는 올해가 최장 기간이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이상 현상도 반복되면 일반적인 현상이 된다.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이상 현상을 단발적 사태가 아닌 뉴노멀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설악산과 오대산 등 명산과 함께 춘천의 소양호, 속초의 영랑호 같은 아름다운 호반을 자랑하며, 맑은 계곡물과 하천생태계가 잘 보존된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국내 최고 청정지역에 최근 낯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양호 상류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녹조는 물속의 다양한 조류 중 남조류가 성장하면서 하천이나 호수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남조류의 발생에는 복합적인 환경요인이 작용하지만, 주로 햇빛과 높은 온도에서 광합성을 통해 증식하며 유속이 느린 곳에서 발생하기 쉽다. 무엇보다 가장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오염원 유입이다. 남조류의 먹이로는 생활폐수, 분뇨, 화학비료 등에 주로 포함된 인이다. 오염원이 유입되면 녹조 번식을 활성화하는 먹이를 풀어놓는 셈이 된다.

소양호 녹조 발생의 배후는 기후변화 탓이 크다. 올여름 장마는 평년과 다르게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아쳤고, 역대급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녹조가 발생한 인제대교 부근 북면 지역은 지난 장마 시기였던 7월 중순 이틀간 약 110㎜의 강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소양호 상류인 인북천과 내린천 인근 지역에서 흙탕물과 함께 오염물질이 급속도로 유입되었고, 이어지는 강한 햇빛과 폭염에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지며 남조류의 먹이가 증식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녹조 진압은 신속했다.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물관리청인 환경부와 댐 수면관리자인 한국수자원공사, 지자체가 공조체계를 형성하여 발 빠른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과의 협력체계 구축으로 녹조 모니터링을 강화하였으며, 녹조 발생 현장에는 에코로봇도 투입되어 실시간으로 녹조를 제거했다. 식수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양구선착장 상류로부터 인제대교 부근에 이르기까지 4차에 걸쳐 조류 차단막을 설치했으며, 녹조제거선도 쉬지 않고 물 위를 오갔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민간 주도의 오염원 관리체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이었다. 주민 참여가 필수인 이 사업은 사후 제거 중심의 녹조 대응을 선제적으로 전환하고, 소양호의 청정 수질을 지키는 중요한 카드가 될 것이다.

녹조는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해 온 자연의 일부이기에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오염물질은 통제할 수 있다. 유관기관의 협력과 체계적 대응을 통해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올해 소양호의 녹조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수질과 수생태계의 안전성을 지키고 시민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체계 구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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