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낭만의 계절 가을이 왔다. 머지않아 파릇파릇 푸른 생기를 뿜던 나무들은 오색빛 단풍으로 물들게 된다. 이보다 앞서 강원특별자치도 곳곳에서 도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꽃밭과 산책로, 식물원 등이 가을이 멋을 뽐내고 있다. 가을의 초입에서 누구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강원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가볼만한 명소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평창 국립한국자생식물원=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평창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멸종 위기 식물인 조름나물, 산작약, 개병풍을 비롯해 희귀식물인 국화방망이, 벌깨풀, 정향풀 등 1,432종(초본 1,249종·목본 183종), 209만본의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여름의 향기를 듬뿍 품은 부산꼬리풀은 물론 산부추가 연보라색 꽃을 피웠고, 돌배나무에 배가 주렁주렁 열려 익어가는 길 옆으로 개구릿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안의 언덕에는 꽃창포와 분홍바늘꽃, 벌개미취 등이 꽃을 피워 관람객들에게 인생사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식물 유전자원의 보고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김창열 명예원장이 1989년부터 20년동안 개인적으로 조성해 2021년 7월 산림청에 기증해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 된 곳이다. 2022년 7월에 잠시 문을 열었다가 내부정비로 2년 동안 숨을 고른 뒤 올 7월25일 연구센터, 방문자센터를 준공해 재오픈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정선 민둥산 은빛억새축제=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 하나로 가을철 산행의 필수 방문지인 민둥산 일원은 명실상부한 ‘트레킹의 성지’로 불리운다. 해발 1,119m의 민둥산은 8부 능선부터 66만여㎡에 억새가 끝없이 펼쳐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고,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SNS를 통해 백록담을 닮은 ‘돌리네’를 배경으로 찍은 인증샷이 화제가 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을 산행을 즐기는 성지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에서 함몰작용으로 생긴 타원형 웅덩이로,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한 곳에서 볼 수 있으며 모양과 크기면에서 국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형태를 띄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부터 오는 11월 2일까지 제29회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가 열려 볼거리와 즐길거리까지 더하고 있다. 28일부터 10월27일까지는 억새꽃 사진 콘테스트가 펼쳐진다.
■철원 고석정꽃밭=철원 고석정꽃밭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로 물들었다. 이달 초 관광객을 맞이한 고석정꽃밭에는 24ha의 넓은 부지에 촛불멘드라미, 백일홍, 천일홍, 버베나, 가우나 등 100만송이 이상의 꽃묘가 피었다. 가을철 철원관광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고석정꽃밭은 2015년까지는 군부대 포사격 훈련장으로 이용된 곳이다. 그러다 꽃밭 부지가 철원군에 양여됐고 해당 지역이 과거부터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군이 꽃밭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가을시즌에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고 올 10월 말까지 200만명 돌파가 유력시된다. 한탄강주상절리길과 물윗길 등 한탄강 관광벨트를 구축한 군이 고석정꽃밭을 통해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확보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제 가을꽃축제=인제군 북면 용대관광지에서 펼쳐지는 가을꽃축제에는 4가지 테마의 길이 있다. 꽃마을의 따듯한 이야기가 소근대는 ‘행복하길’, 드넓은 야생화정원이 펼쳐지는 ‘사랑하길’, 수변산책로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하길’, 푸르른 소나무 숲이 드리워진 ‘힐링하길’이다. 총 19만㎡ 규모의 넓은 정원에 국화, 마편초, 댑싸리, 구절초 등 30여 종에 달하는 야생화 20만주가 심어져 예쁘고 다양한 꽃들이 가득하다.
농특산물과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웰빙장터까지 마련됐다. 트리 클라이밍 체험장과 인제마을 만들기 체험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9월28일부터 10월20일까지 매일 낮 12시와 오후 3시에 버스킹 공연이 있다. 매주 토요일(10월12일 합강제 제외)에는 오후 7시 특별 공연이 펼쳐지고, 밤 10시까지 야간개장도 한다. 윤종현기자·지방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