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기후위기, 해법을 제시한다]회색 공장도시, 녹색 친환경도시가 되다

③1세대 친환경도시,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

과거 황무지 공장지대였던 하마비 허스타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세계적인 친환경 생태주거단지로 변모했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기후위기 시대의 최대 과제는 도시의 패러다임을 재정비하는 ‘도시재생’이다. 전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친환경 도시재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개발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는 소극적이다. 이에 강원일보 취재진은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 스톡홀롬의 하마비 허스타드(Harmmarby Sjöstad)를 통해 친환경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되짚는다.

과거 황무지 공장지대였던 하마비 허스타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세계적인 친환경 생태주거단지로 변모했다. 사진은 Hammarbyskogen에서 본 도시 전경. 우두커니 서 있는 기둥은 수자원 재활용 시설의 일부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외면받던 공장지대는 어떻게 친환경도시가 됐나

지난달 10일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에 내려 40여 분간 차를 타고 하마비 허스타드에 도착했다. 호수를 따라 가지런히 늘어선 건물과 도시 곳곳의 녹지가 눈을 사로잡는 이곳은 스웨덴의 1세대 재생도시다. 1990년대, 스웨덴 정부는 스톡홀름의 고질적인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스톡홀름의 중심부 감라스탄에서 6㎞ 떨어진 공장지대 하마비 허스타드를 주목했다.

도시의 시작은 올림픽이었다. 1996년 올림픽 유치를 준비 중이었던 스웨덴 정부는 하마비 허스타드에 선수단 숙소를 건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올림픽 유치를 실패하면서 도시의 용도는 노년층을 위한 주거단지로 변모한다. 주거단지 및 공원, 인공호수와 보행자 도로 등 인구 유입을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했으며, 친환경 도시 조성을 위해 폐기물 처리 및 자원순환 계획을 수립했다.

하마비 허스타드 내 쓰레기 처리 시스템. 배관에 투입된 음식물, 종이, 일반 쓰레기들은 땅속에 매설된 진공관을 통해 폐기물 중앙 집하장까지 빠른 속도로 이송된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폐수에서 걸러낸 쓰레기로 바이오 가스를 만들어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바이오가스 버스. 신세희기자

■‘에너지 순환’ 이뤄낸 도시…사람과 동물이 모여들다

하마비 허스타드의 친환경 정책은 ‘에너지 순환’을 주요 골자로 한다.생활폐기물과 폐수로 에너지를 재생산하며, 태양광 설비로 도시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진공 폐기물 수거장치는 쓰레기를 땅속에 매설된 진공관을 통해 중앙집하장으로 운송한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한 열에너지는 도시의 난방에 활용되는데, 그 비중이 무려 30%를 차지한다.

생활폐수는 도시 내 정화시설에서 한 차례 여과한 뒤 도시 외곽의 정화시설로 보내진다.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등을 걸러내는데, 폐기물은 바이오가스가 되며 이 과정서 발생한 찌꺼기는 거름으로 이용된다. 정화를 거친 물은 다시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된다. 빗물 역시 도시 중심부의 인공호수에 모여 도시 수변공간과 녹지 조성에 이용된다.

푸른빛을 되찾은 도시는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쾌적한 보금자리가 됐다. 호수에는 오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늪지에는 수달과 비버가 서식한다. 황무지였던 공장지대는 어느덧 인구 2만5,000여 명이 거주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가장 살고싶은 도시 중 하나로 변모했다.

1990년대 하마비 허스타드로 이주한 잉예르 요한슨(Inger Johansson) 씨. 그는 2002년부터 하마비 허스타드 에코센터에서 도시의 친환경 정책을 교육했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눈길이 닿는 곳마다 녹아있는 하마비 허스타드의 친환경 정책. 도시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설립된 ‘에코센터’에는 매년 전 세계인들이 모여들었다. 팬데믹 시기 에코센터가 문을 닫으며 더는 센터를 방문할 수 없게 됐지만, 당시 센터 교육 담당자 잉예르 요한슨(Inger Johansson) 씨를 만나 도시의 여정을 들었다.

■이주 당시 하마비 허스타드의 풍경은 어땠나?=“1990년대 하마비 허스타드에 이주했으니 이곳의 1세대 주민이다. 내가 이주한 1990년대 당시에는 도시가 주거단지로 역할을 바꾼 지 얼마 안 된 때라 도시 중심의 도로와 몇 채의 건물이 전부다. 당시 스웨덴이 ‘친환경’을 주제로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면서 급속도로 인프라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올림픽 자원봉사자를 지원하며 처음 하마비 허스타드에 터를 잡게 됐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크던 나에게 친환경 올림픽은 매우 매력적인 주제였다. 이후 올림픽 유치는 실패했지만, 도시는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로 성장했고, 도시의 정책을 집약한 에코센터에서 2002년부터 근무하게됐다. 지역주민은 물론 하마비 허스타드의 도시재생을 배우고 싶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시를 소개해왔다.”

과거 황무지 공장지대였던 하마비 허스타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세계적인 친환경 생태주거단지로 변모했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하마비 허스타드는 좁은 도로와 차가 없는 거리가 인상적이다. 도시계획에 따른 것인가?=“그렇다. 하마비 허스타드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좁은 도로다. 차보다 자전거가 지나다니기 적합해보이는 도로들은 탄소 절감을 위한 도시의 의도였다. 하마비를 비롯해 스톡홀름 전체는 ‘15분 생활권’을 목표로 트램과 버스, 지하철 노선이 촘촘하게 연결돼있다. 바다와 호수를 끼고 있는 지형을 이용해 수상택시도 운행 중인데, 바이오가스와 화석연료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사용한다. 버스와 수상택시의 연료가 되는 바이오가스는 도시에서 나온 폐기물에서 생성된다.”

하마비 허스타드와 스톡홀름 시내를 연결하는 다양한 수상택시.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에너지순환 시설 도시 곳곳에 눈에 띈다. 하마비 허스타드 친환경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에너지 순환과 에너지 자급이다. 마을을 둘러싼 언덕들에는 폐수 처리장과 폐기물 처리장이 있다. 도시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이곳에서 재생에너지로 변환한다. 각 가정에서 모인 폐수는 다시 식수가 되고 폐기물은 전기가 된다. 최근에는 근처의 맥주 공장에도 정화된 물이 사용된다. 우리에계 폐기물은 또다른 자원이다.“

■자원순환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해 보인다=그렇다. 폐기물을 정화하는 단계를 매끄럽게 하기 위해 가정 내 분리수거를 생활화 하고 있다. 특히 나와 같은 1세대 거주민들은 도시의 변화과정을 직접 목격했기에 주민 참여의 효용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발코니에서 빗물을 모으고, 분리수거를 생활화한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이웃과 나누며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하려 한다.”

세계적인 친환경 주거단지에 사는 하마비 허스타드 주민들은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이웃끼리 공간과 물건을 공유하며 자원을 아끼는데 힘을 쓰고 있다. 오른쪽 하단 쪽지에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가져가라고 적혀있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하마비 허스타드의 1세대 거주민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처음 이곳에 이주한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최근들어 여름이 급격히 더워지고 스콜과 같은 강한 비가 내리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기후위기가 피부로 체감되는 시대,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는 등 다음 세대와 환경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김오미기자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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