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플라스틱은 무죄, 과소비가 문제다

우승순 수필가

인터넷 도서 판매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플라스틱 관련 책은 제목부터 자극적이고 혐오감을 부추긴다. 플라스틱 장점과 효용성도 분명히 있는데 무조건 퇴출시켜야 하는 나쁜 물질로만 취급하는 것은 균형 있는 정보가 아니다. 예를 들어, 매일 입안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칫솔의 경우 플라스틱이 아니면 어떤 소재로 그렇게 부드럽고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플라스틱을 대하는 인간의 잣대는 이중적이다. 필요해서 만들고 편리해서 마구 쓰고 버리더니 이제는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지구 생태계가 망가진다고 난리법석이다.

플라스틱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 것, 자연분해가 어려운 것 그리고 미세플라스틱 문제다. 이들은 모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장점인데 버려지면서 오히려 단점이 된다. 플라스틱은 태어날 때부터 모순이 잠재해 있었다.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 것은 플라스틱이 다른 재료에 비해 성형이 쉽고 경제적이라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쉽게 썩지 않는 특성은 종이보다 우수하고, 가볍고 깨지지 않는 점은 유리보다 낫고, 부드러움과 단단함의 스펙트럼은 어떤 금속보다 뛰어나다. 자연분해가 어렵기 때문에 상품의 밀봉 등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준다. 플라스틱이 세상에 나온 지 불과 80여년 만에 기존의 물질세계를 점령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숲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플라스틱이 종이나 나무 제품을 대체하면서 숲의 파괴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종이 제품의 사용을 권장한다면 과연 환경 가치에 맞는 것일까? 환경 문제의 이면에는 인간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늘 모순에 직면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플라스틱 젖병을 물고, 플라스틱 장난감, 컴퓨터와 함께 성장하여 일생 동안 온갖 플라스틱 제품 속에서 먹고, 입고, 이동하고, 잠든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든다. 석유라는 자원도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원료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이제 플라스틱 이전 사회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면서 경제성을 갖춘 식물성 플라스틱이 대중화될 때까지 아껴 쓰고 재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플라스틱은 무죄다. 다만, 과소비는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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