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카페 활동을 시작한 지는 7년이 됐습니다. 돌봐드리던 시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다른 치매 환자 가족 분들에게 조언을 해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 계속 이 자리에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치매 환자와 가족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멘탈 클리닉의 상담사입니다.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아 참석했습니다.”
일본 도쿄도(道)의 남부, 인구 40만 명의 마치다시 중심 번화가에 위치한 스타벅스 카페. 평일 오전 10시 카페 2층 자리에 편안하게 둘러앉은 사람들이 차례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달에 1회 2시간씩 정기 모임을 갖는 D카페 회원들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상담사, 치매 돌봄 서포터, 관계기관 공무원 등이 활동 중이다. 치매 환자들이 직접 모임에 참석하거나 치매를 배우는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마치다시의 치매카페를 통칭하는 D카페는 치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ementia’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일상에 녹아든 돌봄, 스타벅스 D카페=세계적인 커피 체인 브랜드 스타벅스는 친숙한 공간이다. 마치다시의 스타벅스가 D카페라는 이름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맞이한 것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치다시에서 D카페 운영을 준비하던 비영리단체(NPO)가 장소를 물색하던 중 “딱딱한 공간이 아닌 편안한 장소, 동네 카페와 같은 곳을 선호한다”는 치매 가족들의 의견을 따라 스타벅스와 협업을 준비했다. 스타벅스 점주가 이에 화답하며 스타벅스 D카페가 탄생했다.
현재는 마치다시 주요 번화가에 위치한 스타벅스 4개 지점에서 D카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벅스 D카페의 직원들은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해 치매 서포터즈 자격을 취득하기도 한다. 2019년 마치다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지점 9곳이 모두 D카페 활동에 동참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규모가 줄었고 다시 늘려가는 추세다.
스타벅스 D카페가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방문 신청은 필요하지 않고 참가비도 없다. 그저 치매 환자들과 가족들이 카페 한 곳에 모여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것이 대부분의 활동이다. 취재 팀이 방문했을 당시에도 D카페 활동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작은 입간판이 놓여 있었을 뿐 나머지 손님들도 D카페 참석자들의 옆에서 편하게 카페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D카페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운영 목적이다. 이 곳에서 환자를 돌본 경험과 감정, 치료를 위한 정보를 교환한다. 또 일반 주민들도 D카페 활동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을 높여간다. 일상적인 공간인 스타벅스 카페에서 평범한 활동을 가지며 오히려 특별함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날 D카페 모임에 참석한 미즈노 마치다시 고령지원과 치매 시책 담당관은 “치매라는 질병이 닥치더라도 환자와 가족들이 일상 활동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D카페의 가장 큰 힘”이라고 했다.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는 D카페=일본은 오래 전부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국가다. 특히 일본의 치매 환자는 2030년 523만 명에 이르러 65세 이상 인구의 14%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2년 오렌지 플랜으로 불리는 치매 정책 5개년 계획을 세웠고 2015년 新오렌지 플랜으로 계획을 보완하며 전국에 치매 카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치매 카페는 정부의 기본 지침을 따르면서도 각 지자체 실정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다시는 마치다시는 스타벅스 4개 지점을 비롯해 총 23곳의 오프라인 D카페, 1곳의 온라인 D카페가 운영 중인데 모두 시내 번화가와 동네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다.
D카페의 지정과 큰 틀의 운영은 마치다시 고령자 지원 총괄센터가 맡는다. 각 지자체 마다 설치된 우리의 치매안심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D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민간 단체와 사업자가 고령화 지원 총괄센터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D카페를 지정한다. 카페, 빵집, 도시락집 등 어느 곳이라도 D카페로 지정 받을 수 있지만 치매 환자와 가족들, 일반 주민들이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유일한 조건이다.
미츠아키 마치다시 고령지원과장은 “마치다 전체 인구 중 치매 관련 요양 보험 환자가 1만9,000명으로 집계되는데 상당수의 환자와 가족들이 D카페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발굴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마치다시=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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