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코하마는 일본 최초의 개항 도시로 개방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창조 도시의 명성을 얻은 곳이다. 1970년대부터 도시와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지기 시작됐고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 발달돼 왔다. 요코하마시는 2014년 오픈 데이터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2017년 ‘공공-민간 데이터 이용 촉진을 위한 기본 조례’를 제정, 도시 전역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도시가 보유한 데이터를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일상에서 연구하는 리빙랩이 속속 생겨났다. 요코하마시는 현재 15개 구에서 돌봄, 임신 및 출산, 자원 재활용, 빈집 활용, 순환 농업 등의 다양한 리빙랩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이를 행정 기관이 주도해서 운영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각 프로젝트마다 주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그룹들이 활동을 주도해 나간다. 또 이들을 지원하는 중간 조직으로 요코하마 커뮤니티 디자인랩, 요코하마 리빙랩 서포트 오피스 등 다양한 민간 법인들이 수평적 관계로서 존재한다.




■사람을 연결하면서 커지는 힘=요코하마 커뮤니티 디자인랩은 도시 문제를 실험적인 연구로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2003년 설립된 비영리법인(NPO)이다.
조직이 결성된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이 막 활성화되던 시기다. 이들은 일본 내 소도시 자활을 유도하는 마을 만들기(마치즈쿠리)를 온라인으로 옮겨 와 도시의 자원과 정보, 제도를 사람과 연결해 도시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구상했다.
스기우라 히로키 요코하마 커뮤니티 디자인랩 대표이사는 “요코하마는 큰 도시이고 그만큼 다양한 시민 활동이 펼쳐지는 도시”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가치 있는 정보들을 나눔으로써 공동의 자원을 키워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요코하마 커뮤니티 디자인랩은 실제 도시 문제를 발굴하고 커뮤니티 플랫폼을 조직, 리빙랩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의 리빙랩을 컨설팅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도 포함된다.
또한 도시의 노후 건물을 매입해 사무실, 모임 장소 등 공유 공간으로 개방하고 주민 평생 교육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리빙랩 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으로 시민들을 모으는 활동도 이뤄진다.
각종 리빙랩 프로젝트를 펼치는데 필요한 비용은 기업 후원과 함께 크라우딩 펀드로 충당한다. 고령화, 빈집, 환경 등 다양한 테마의 리빙랩 프로젝트마다 연관된 기업들의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로컬 굿 요코하마’로 이름 붙여진 크라우딩 펀드는 그동안 26개 프로젝트를 펼쳐 총 6,341명으로부터 1억7,000만여원의 모금을 이끌어냈다. 이 결과 도시에서 수거된 폐섬유를 재활용한 순환 티셔츠 제작, 범죄 예방, 장애인 출판 등 다양한 사업들이 펀딩 모금액으로 추진됐다.
스기우라 히로키 대표이사는 “마을과 도시를 만드는 것은 지역의 자원을 조립해 나가는 과정이고 사람과 재원, 정보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우리는 이 같은 요소들을 연결하며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고 결과를 향한 임팩트를 키워가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빈집으로 만드는 기적=민간 영역에서 요코하마시의 리빙랩을 지원하는 또 다른 조직 요코하마 리빙랩 서포트 오피스는 ‘순환 경제 플러스’를 비전으로 로컬, 지속 가능한 개발, 일자리, 건강 등의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해 온 곳이다.
조직을 이끄는 가와라 유키 대표이사는 도시 곳곳에 산재한 빈집을 공유 공간으로 전환하고 특히 지진 재난 우려가 큰 일본의 환경 특성에 맞춰 빈집을 방재 거점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아파트가 주거 형태로 발달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도심에도 일반 주택이 많고 빈집 또한 늘어 2033년에는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는 연구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요코하마 리빙랩 서포트 오피스가 펼치는 빈집 방재 거점 전환은 빈집 내부 가운데 일부는 기업 사무실, 주민들을 위한 공유 공간으로 사용하고 또 일부는 견고한 목재 구조물을 사용한 셸터를 만드는 사업이다. 재난 상황에서도 태양광으로 전기가 들어오고 비상 구호물을 갖춘 이 셸터는 모두 산업 과정에서 재활용된 나무를 이용해 제작된다.
셸터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다수의 리빙랩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참여로 해결된다. 가와라 유키 대표이사는 “그동안의 리빙랩은 대학, 대기업의 후원이 밑바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코하마 리빙랩은 주민, 지역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요코하마 리빙랩 서포트 오피스와 협력하는 카나자와구의 리빙랩은 해변에 떠밀려 온 엄청난 양의 해초를 지역 특산품인 귤나무의 비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쓰레기 수거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 절감은 물론 농업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미도리구의 리빙랩은 버려진 농경지와 휴경지에 작물을 재배하면서 도심 공원과 녹지에서 발생한 폐식물 자원을 퇴비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또 빈집 공유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수공예품들도 일상 폐자원을 재가공한 후 판매하며 소득을 올리는 식이다.
이 같은 리빙랩 프로젝트는 주민과 봉사자, 기업, 대학 연구자 등이 30~100명씩 속해 활동할 정도로 인원 규모가 상당하다. 또 지역 학교 수업과 연계해 미래 세대에도 리빙랩의 가치를 심고 있다.
유키 대표이사는 “요코하마시 리빙랩은 재사용에만 초점이 맞춰지던 순환형 경제의 고정 관념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인기를 끌고 쉽게 통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결국 이용자인 주민들의 요구, 아이디어가 반영된 리빙랩 성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많은 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