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속 사회 실험인 ‘리빙랩(Living lab)’을 선도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의 역할은 명확하다.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험의 장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주민들이 골목골목을 누비며 일상에서 체감했던 우리 동네 문제점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 리빙랩의 장점이다. 암스테르담은 리빙랩 개발의 접근성을 높이는 스마트시티 플랫폼 운영을 통해 도시에 숨어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기존의 틀을 뒤엎는 혁신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에서 진행되는 리빙랩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강원특별자치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
■리빙랩 참가자가 직접 모색하는 지역 구직난 해법=교육부의 ‘2022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원지역 대학(대학원 포함) 졸업자 취업률은 2020년 67.7%, 2021년 64.1%, 2022년 66.3%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일곱 번째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베테랑 시니어들의 일자리 경쟁 또한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발표한 ‘정년 후 근로 의향’ 설문 결과, 성인 4,056명 중 87.3%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연금과 저축만으로는 생계가 곤란할 것 같아서’가 58.6%로 가장 많았다. ‘추가 여유자금 마련을 위해’(30.6%), ‘적당히 소일거리로 삼기 위해’(29.3%), ‘부양을 계속해야 해서’(20.2%) 등이 뒤를 이었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플랫폼의 주요 운영 주체인 경제위원회의 Cornelia Dinca씨에게 강원지역 대학 졸업자 취업률과 국내 성인들의 정년 후 근로 의향을 설명하고,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리빙랩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Cornelia Dinca씨는 “정부가 내놓는 일자리 정책은 단기성 공공 근로 창출에 불과하거나 취준생들이 효과를 피부로 느끼기에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리빙랩인 ‘하우스 오브 스킬’처럼 정부, 기업, 학계의 전문적인 분석에 더해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연구한 취업 관련 요구사항이 반영된 프로젝트가 지역 일자리 매칭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우스 오브 스킬(House of skills)=네덜란드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선 대개 3년의 교육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에 석사 학위까지 취득하기 위해선 1년의 연구 과정이 더해져야 한다. 네덜란드 대학생들은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연간 학비를 추가로 감당하면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기업들은 최대한 숙련된 인력을 원할 수밖에 없어 인력의 공급과 수요에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강원지역 취준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Cornelia Dinca씨는 강원지역 대졸 및 시니어 인력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으로 2022년 성료된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리빙랩 프로젝트 ‘하우스 오브 스킬’을 소개했다.
하우스 오브 스킬은 기술력을 가진 학사 졸업자들이 원하는 직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기업과 매칭해주는 리빙랩 프로젝트다.
Cornelia Dinca씨는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 설치를 담당하는 직원을 채용하는 데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하우스 오브 스킬은 학사 졸업자나 기술을 갖춘 베테랑 시니어가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에 본인의 기술과 역량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우스 오브 스킬은 학사 졸업자들도 석사 졸업자들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당연한 상식에서 출발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주니어·시니어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돕는 취업 매칭 플랫폼형 리빙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원특별자치도만의 리빙랩 개발=본보와 춘천사회혁신센터가 춘천시민들과 함께 진행한 리빙랩 골목실험실은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리어카 프로젝트’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어냈고, ‘골목 공유주차장’ 프로젝트는 후평1동 골목의 만성적인 주차난을 해소시켰다. ‘점자실험’은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발견한 춘천 도심 건물 속 점자 오류를 개선시킬 수 있었다.
Cornelia Dinca씨는 암스테르담에서 탄생한 리빙랩과 춘천에서 진행된 골목실험실 모두 지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지역성을 꼽았다. 그는 “골목 공유주차장은 후평1동 주민들이 수십년을 살아오며 체득한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리빙랩”이라며 “지역사회의 특성이 다각화되는 현대사회에서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획일적 정책보다는 주민들의 작은 바람부터 실현될 수 있는 우리 동네만의 정책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다.
리빙랩 발전을 위한 지역 언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Cornelia Dinca씨는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플랫폼이 시민들의 일상에 자리 잡는 데에는 지역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며 “강원일보가 골목실험실의 관찰자가 아닌 주체로서 직접 참가하고 홍보에 앞장선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지역 내 리빙랩이 탄생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김준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