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정책 기본법은 제6조(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권리 중 ‘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 법에서 정한 바에 의하면, 수돗물로 사용되는 원수 100㎖ 중 대장균 검출허용 기준치는 5,000마리다. 이를 초과하면 4급수로 분류해 고도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사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원주정수장을 통해 원주시에 공급된 수돗물의 절반인 섬강하천 원수에서 연평균 대장균 검출량이 기준치를 세 배나 초과한 1만4,728마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대 검출량은 무려 7만9,000마리다. 이는 원주시민 절반이 고도 정수처리를 거친 공업용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주시민의 수돗물을 책임지고 있는 원주시도 이미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상하수도사업소가 3월 수돗물 품질보고서를 발표하면서 2023년도 평균 대장균 검출수치를 왜곡했다가 시민의 항의를 받은 후 수정한 사실은 스스로 수돗물 원수의 질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물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하천수인 원주정수장 물을 공급받고 있는 구도심 지역 시민들을 중심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과 함께, 1급수인 횡성댐 물을 지척에 두고도 대장균이 득실대는 하천수를 공급하고 있는 원주시를 성토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원주시는 황급히 관련 공무원 언론 기고 및 보도자료를 통해 수돗물 안전성을 강조하며 횡성댐의 물 공급능력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최근 물 공급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횡성원주권지사가 직접 횡성댐 공급능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궁지에 몰리게 됐다. 실제로 2020년 10월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국가수도기본계획에서도 2040년 원주시와 횡성군 인구 증가를 감안한 물 수요량은 일평균 15만4,000톤으로 횡성댐 물 공급능력 19만8,000톤에 크게 미치지 못함이 확인된 바 있다.
원주시가 왜 이토록 시민의 눈을 피해가며 하천수를 고집하고 있는지, 금방 드러날 무리한 논리들을 동원하며 1급수 횡성댐 물을 애써 외면하는지 그 속사정은 알 수 없다. 그간 당연히 횡성댐 물을 먹는 것으로 여겨왔던 원주 구도심 지역 시민들의 황당함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질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환경부는 여러 차례 물 공급대책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혹여 원주시의 주장대로 정말 인구 50만, 100만 시대가 도래하여 횡성댐만으로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그때엔 국가가 나서 해결해줄 일이다.
횡성댐에서 원주정수장까지는 불과 30여㎞ 거리다. 적어도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국가수도기본계획상 2040년까지 횡성댐 물 공급량은 충분함이 입증되었다. 시민의 맑은 물 먹을 권리를 앞에 두고 원주시장은 무엇을 고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