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탄광들은 탈석탄사회로의 전환 이후에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 세계 탄광은 17곳에 달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의 석탄산업 유산 역시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강원지역 탄광도시처럼 탄광의 산업시설을 활용해 미래신소재 첨단산업 육성을 꾀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평가다.
독일 에센에 위치한 졸버레인 탄광 산업단지는 독일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150년에 걸쳐 발달과 쇠락을 되풀이한 탄광산업의 흔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독일 경제 성장의 상징이지만 나치가 유대인들과 전쟁 포로들에게 노역을 강제한 어두운 역사도 갖고 있다.
졸버레인 탄광의 기술과 구조물은 유럽의 전통적 중공업 발달을 보여준다. 탄광시설은 현재 박물관, 미술관으로 쓰이며 연 200만명이 방문한다.
쾰른민덴선, 베르기슈 메르키슈선 등 탄광의 주 철도로 활용됐던 선로들은 현재도 도이체반노선의 일부로 가동되고 있다.
탄광 중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영국의 블래나번 산업 경관은 19세기 세계적인 철과 석탄의 주요 산지로, 사우스웨일스 지역의 과거 위상을 나타내는 곳이다. 초기의 철도 체계와 광석 광산, 채석장 등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지막까지 운영됐던 빅피트 탄광은 박물관으로 변모해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도 주목해 볼 만하다. 일본 규슈 야먀구치 지방에 분포하는 탄광 유산은 서구에서 시작된 산업화 과정이 비서구권 국가로 성공적으로 이전된 최초의 사례다. 이 같은 사례들은 폐광이 단순한 과거 유산이 아닌 미래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강원지역의 탄광도시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을 지니고 있는 것은 물론 폐광시설을 활용해 미래자원 클러스터, 의료 클러스터 등 대체산업을 이식하는 등 세계적으로 특별한 사례다.
이용규 정선군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탄광은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관련기관·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가치있는 자료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홍성래 영월탄광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은 “1960년대 석탄과 화력발전으로 불을 켜지 않았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없었다. 세계유산화, 유네스코 등재 등은 석탄산업의 역사를 기리는 일”이라고 전했다.
강승호 강릉원주대 교수는 “문화는 독특성과 보존 가치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석탄산업과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도입됐다는 점에서 독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