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종길(강원기독문학 회장) 시인이 세번째 시집 ‘인피니트 스튜디오’를 상재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무한한 공간’을 뜻하는 제목처럼 삶과 죽음, 그리움의 풍경들을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죽음과 이별을 다룬 시편들은 현실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삶의 희망과 의지를 놓지 않는 시인의 굳건한 시선을 보여준다.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삶의 다양한 모습을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그려내거나 인간 존재와 내면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또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노래하고 사랑과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표제작 ‘인피니트 스튜디오’는 노을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삶의 덧없음과 영원성을 동시에 노래한다. 시인은 바닷가에 남겨진 발자국들을 보며 지나간 시간들을 반추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인피니트 스튜디오 찰찰 넘치는 물속에 무한대의 내 그림자를 담그고 툭툭 두드려 본다”라는 싯구처럼, 시인은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되묻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또 ‘사선의 경계’는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마주한 슬픔과 허망함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슬픔에 잠겨있기보다는, 떠나간 이를 묵묵히 떠나보내고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죽음 너머의 희망을 엿보게 한다. ‘청간정’은 역사와 자연의 풍경을 통해 삶의 고난과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시인은 청간정에 올라 푸른 동해 바다와 울창한 송림을 바라보며, 과거 선인들의 풍류와 시선을 떠올린다. 이처럼 현시인의 시들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고,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태원 刊, 158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