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21년 만에 소비 절벽, 내수 회복 모든 수단 동원을

자동차·가전·의복 등 전 상품군에서 나타나
정부,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 펼쳐야
지역 특화 산업 중심 투자 유도해 나갈 때

21년 만의 ‘소매판매 절벽’이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강원지역의 소매판매 감소 폭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내수 침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위기는 단순히 소비 심리의 위축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로 소비가 얼어붙은 2003년(-3.1%) 이후 최대 폭이다. 이번 소비 절벽은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를 포함해 모든 상품군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강원지역 분기별 소매판매 감소 폭 또한 역대 가장 큰 규모였다. 2024년 도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새 4.1% 줄어든 106.2로 집계됐다. 1·2분기 소매판매도 전년 대비 각각 4.8%, 7.8% 하락했다.

내수 회복을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정부는 소비 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세제 혜택과 소비 쿠폰 지급을 통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해야 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비 촉진에 효과를 발휘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특정 업종 및 지역에 대한 맞춤형 소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또한 경기 부진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저리 대출과 세제 감면을 통해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특히 내수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의 경우 지역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유도 정책이 시급하다. 관광업과 연계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창출하거나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강원도의 내수 침체는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역 특화 전략이 결합될 때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강원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같은 지역 소비 촉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에 투자해야 한다. 물가 안정과 환율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고환율과 물가 상승은 내수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적극적인 통화 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화하고,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생활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같은 구체적인 대책이다. 더 나아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함은 물론이다. 즉,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