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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착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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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가격 통제 정책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가격 상한령이다. 1,000여개 상품과 서비스 요금에 최고 가격을 매기고 이를 어기면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당시 역사학자 락탄티우스는 “많은 사람이 물건 하나 때문에 죽었고, 절도와 약탈이 들끓어 결국 법은 폐지됐다”고 했다. 정부가 시장가격에 관여하면 더 큰 사회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가격 통제가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이 된 셈이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 들어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 업체는 40여개에 이른다. 강원지역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도 지난해 1월(3.4%) 이후 14개월 만에 3%대를 넘겼다. 김치찌개 백반 1인분 평균 가격이 8,500원까지 오르고 냉면(1인분) 가격도 4개월째 1만원대를 유지하는 등 외식비 역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채솟값 강세도 지속되고 수산물 가격마저 뛰었다. ▼외식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것도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오죽하면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Lunch(점심)’와 ‘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점심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합해 산출한 경제지표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더욱 많아지는 데다가 물가마저 치솟으며 국민들의 고통지수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착한가격업소’가 전국적으로 1만여 곳을 넘어섰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고물가의 무게를 덜어주며 ‘착한가격’을 지키는 고민과 결단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물가 시대를 극복하려면 이런 착한가게가 늘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착한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버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올해는 비록 주머니가 가벼워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런 착한가게가 우리 주위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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