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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세계사를 바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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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개통한 최초의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지금의 ‘슈퍼파워’ 미국을 있게 한 시발점이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를 잇는 이 철도는 길이 2,826㎞에 달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동부에 치우쳐 있던 당시 미국은 철도를 따라 대륙 전체로 확장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관통하는 대륙횡단철도에는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됐고 파급효과도 상당했다. 여담으로 로비스트라는 단어도 당시 철도 건설 과정에서 기원했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사이에 있는 윌라드 호텔(지금도 있다)에는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묵었다. 미국의 철도회사 직원들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윌라드 호텔의 로비를 서성였다.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는 SOC사업은 정치의 한복판에 있다. ▼대륙횡단철도가 ‘공급’되면서 막대한 ‘수요’가 새롭게 생겨났다. 철도를 따라 많은 이민자와 노동자, 농민, 빈민들이 서부로 이주했다.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샌디에이고 등 유명한 미국 서부 도시들은 철도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산품, 농산물, 광물 등의 장거리 수송이 가능해지며 생산력도 크게 늘었다. 철도를 따라 역이 들어서고 역을 따라 사람이 모이고 도시가 생기며 미 전역이 개발됐다.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SOC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해낸 교과서적 사례다. 우리나라의 SOC는 수도권과 경부선을 중심으로 확고하게 구축됐다. 과장을 다소 보태면 산업화 시기 강원도는 철도 개통 전 미국 서부처럼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30일 포천~철원 고속도로와 원주연결선 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착수 여부가 결정된다. 하반기에는 강릉~삼척 고속철도, 용문~홍천 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향후 10년의 고속도로, 철도 확충 로드맵을 담은 국가계획도 연내 발표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SOC는 경제성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 하지만 ‘미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공급과 투자가 세계사를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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