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됐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되며, 법원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일, 이 후보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1명이 참여했고, 다수의견에는 12명 중 10명이 동의했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이 규정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쟁점이 된 ‘골프 발언’은 이 후보가 2021년 12월 29일 채널A 방송에 출연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며 “사진을 조작한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당시 그는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는데, 단체 사진 일부를 떼어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 발언의 의미를 유권자 기준으로 해석할 때,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실제로 출장 중 골프를 친 사실이 있는 만큼 이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 발언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김문기를 몰랐다는 주장에 대한 보조 논거에 불과하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후보의 김문기 관련 발언 중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2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한 발언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용도를 바꿨다”, “안 해주면 직무유기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는데, 대법원은 “성남시는 자체 판단으로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국토부의 압박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발언들이 단순한 의견이나 과장이 아니라, 증거로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과거 사실에 대한 진술로,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허위사실 공표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발언의 의미는 후보자나 법원의 주관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며, 사실의 중요성 여부는 선거인의 공직 적격성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검찰 공소사실과 같이 단정해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검찰은 이 후보를 2022년 9월 8일 기소했다.
1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발언이 단지 ‘인식’이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했다.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하고, 두 차례의 대법관 합의를 거쳐 사건 접수 34일 만에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심의 엇갈린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을 고려해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 달 남짓 남은 대선일까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모두 마치고 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분명히 내린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관련 범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이 경우 후보자는 향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