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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강원FC에 111억원 투자…돌아온 것은 홈경기 ‘출입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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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유·관리 시설에 춘천시장 못 들어가
구단 “출입금지 NO” 선 긋지만, 경기 직전 비표 회수
김병지 대표 춘천 폄훼 발언 사태 근본 원인

◇지난 3일 강원FC 춘천 홈경기에 앞서 육동한 춘천시장이 구단이 춘천시에 배부한 출입 비표를 회수하자 직원들과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

강원FC가 춘천 홈경기를 치르며 육동한 춘천시장의 출입을 제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구단을 향한 춘천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원FC는 지난 3일 홈경기에 앞서 춘천시축구협회와 시민 단체가 내건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사퇴 촉구 현수막을 춘천시가 즉각 철거하지 않는다며 경기 시작에 임박해 춘천시장 및 시청 관계자 등에게 배부된 모든 출입 비표를 회수했다.

■111억원 지원했지만, 돌아온 건 '출입 제한'=춘천시는 홈경기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강원FC에 2017년부터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을 제공해왔다. K리그 홈경기 1회마다 개최 지원금 8,000만원을 지급, 올해는 9경기 7억2,000만원을 구단에 직접 지원한다. 2018년부터 지급된 직접 지원금은 43억6,000만원에 달한다. 선수 경기력 개선을 위한 잔디 교체, 팬들을 위한 시설 개선 투자까지 더하면 총 111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구단은 이를 ‘출입 제한’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시민과 축구팬의 비판에 직면했다.

강원FC는 “춘천시가 불법 현수막을 방치했고 비표 반납 요청은 출입 금지와 다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춘천시 내부에서는 경기 시작 30분 전 비표를 회수한 것은 출입을 막은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가 지난 3일 K리그1 춘천 홈경기에서 구단주인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신경호 도교육감과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출처=신경호 도교육감 SNS 캡쳐

■사태 원인은 춘천 폄훼성 발언=김병지 대표이사의 사퇴 촉구 현수막을 건 임관휘 춘천시축구협회장은 “김병지 대표가 앞서 춘천을 타 지역과 비교한 폄훼성 발언을 했고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아 현수막을 통해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며 “ACL 개최와 별개로 잘못이 있다면 명확히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지 대표는 지난달 ACL 개최지 확정을 두고 춘천시와 마찰을 빚던 당시 춘천과 타 지역의 K리그 홈경기 관중, 시즌권 판매 수익 등을 비교하며 “춘천 홈경기 개최 배제를 구단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반발을 샀다.

■출입 거부에 들끓는 민심=춘천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경기장 출입을 거부 당하자 지역 체육계와 축구팬들의 분노 역시 커지고 있다.

이강균 시 체육회장은 “ACL 개최를 위해 양 쪽이 모든 힘을 합쳐도 모자란 때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식 강원FC 춘천팬클럽 회장은 “지자체장을 이토록 홀대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고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는 사과를 넘어 사퇴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서도 강원FC의 이번 행동을 비판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나유경 춘천시의원은 “구단이 팬들의 현수막에 화가 나 엉뚱하게 춘천시장의 경기장 출입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원들은 현 상황과 관련해 7일 규탄 성명 발표를 예고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강원FC는 “불법 현수막 철거는 시의 고유 업무로 춘천시는 비방 현수막을 방치하고 있고 이는 묵인 내지 동조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선수들의 최선이 경기 외적인 이슈에 가려져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지난 3일 강원FC 춘천 홈경기에 앞서 경기장 일대 걸린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사퇴 촉구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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