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의 땅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누군가는 바다를 찍었고, 누군가는 산을 골랐다. 그 손끝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있었다. 외국인이 보유한 강원도 내 토지 면적은 2만5,800㎡로 전년 대비 4.6% 늘어났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 1.2%, 수도권 증가율 1.9%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도, 제주도도 이만큼은 아니었다. 동해를 내려다보는 언덕이나, 설악 너머 숨은 계곡 같은 곳들이 외국의 법인과 개인 명의로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 조망과 공기, 풍경은 누구나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땅은 누군가의 이름을 갖는 순간부터 사유물이 된다. ▼사슴이 없어진 산엔 늑대가 들어온다고 했다. ‘매화는 춥다 할 때 핀다’는 옛말은 이 땅의 고유한 질서를 말하지만, 지금은 자본의 속도가 자연의 질서를 앞서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의 숲과 바다는 어느덧 ‘뷰(View)’로 포장돼 전 세계 부동산 지도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실거주 외국인이냐, 투기 목적이냐의 해묵은 질문은 이제 무의미하다. 숫자가 쌓이고, 면적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 ▼강원도가 언제부터 ‘글로벌 부동산의 신흥 격전지’가 됐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저 설악산을 찾던 발걸음이, 낙산사의 풍경을 담던 렌즈가, 이제는 거래와 투자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 눌러앉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의 자연은 오래도록 공공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 채, 한 필지씩 사유화되고 있다. 누군가에겐 조상의 무덤을 지키는 땅이고, 누군가에겐 자녀를 위해 남겨둘 산이지만, 현재는 ‘소유권 이전 완료’ 도장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외국인의 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지역의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고, 빈집은 늘어났다. 그 공백을 외국 자본이 메운 것이다. 강원도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속도를 계속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멈추어 설 것인가. 땅이 돈이 되는 순간, 땅은 더 이상 우리의 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