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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현의 혼(魂) 담은 원주 탑, 조속히 고향으로 돌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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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AI저널리즘 리빙랩' 보도 후 원주서 '환수 운동' 재점화
원강수 원주시장 "원주가 반출 문화재 돌려받을 준비 갖췄다"
박정하 국회의원 "국회 차원에서 살피고 정부 설득에도 만전"
시의회 "문화재 환수 운동 재점화 위한 결의안 채택 나설 것"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113년 만에 원주에 돌아왔다. 원주시와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복원 기념식’을 열고 1,975㎞의 유랑을 마친 지광국사탑을 공개했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해린 스님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고려시대 석탑이지만 일제강점기인 1911년 무단 반출된 후 일본 오사카 등을 떠돌았으며,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파손됐다. <강원일보 DB>

"서울 한복판의 정원석으로 꾸며진 원주의 탑들,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와야 할 때입니다."

강원일보가 'AI(생성형인공지능) 저널리즘 리빙랩' 프로젝트의 첫번째 의제로 설정한 '돌아오지 못하는 탑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6일 첫 보도가 나간 후 원강수 원주시장은 역외로 유출된 지역 문화현황을 꼼꼼히 살피고 환수운동에 힘을 모을 것"을 약속했다.

원 시장은 "강원일보 리빙랩 기사 통해 원주의 문화자산이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석으로 활용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외부로 반출된 문화재 현황을 다시금 살피고, 시민과 함께 환수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힘의 논리에 의해 무단 반출된 문화재를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중부내륙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원주시는 이제는 반출된 문화재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흥법사 염거화상 사리탑 <국립중앙박물관>

박정하(원주갑) 국회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역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의원 "오래된 문화재는 혼을 담고 있다. 혼을 되찾는 일은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외면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무단으로 반출된 문화재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정부 설득에 적극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주시의회도 무단 반출 문화재의 '환지본처(還至本處)'에 대한 본보 리빙랩 보도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소속의 손준기 의원은 "강원일보 보도를 통해 원주가 엄청난 문화도시 임을 재확인했다. 그 기반이 되는 소중한 문화재가 힘의 논리에 의해 타지 생활을 하는 것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문화재 환수를 위한 시의회 차원의 결의안을 상정해 채택되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원주는 그동안 문화재의 외부 반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았었다. 1994~1996년 1차 반출문화재 환수운동이 펼쳐졌고,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은 "도난 위험 등 문화재 보존 문제가 있다"는 답변과 함께 불가 통보를 했다.

◇원주 영전사지 보제존자탑

국립박물관 용산시대 개막은 원주시의 2차 환수 운동(2003~2004년)을 촉발했다. 시와 시의회, 국회의원,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적극 나섰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답변은 보다 구체적이었지만, 결국 '불가'였다. 당시 박물관은 박물관 소장 유물로 등록된 국가고유 문화재인 점과 우리나라 석조문화재의 흐름을 관광객에게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용산 새 박물관의 중요 전시품으로 활용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비 20억원을 들여 지광국사 현묘탑 재현품 건립을 지원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2018년 7월 원주시의회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귀환'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문화재 환수운동은 다시 불붙었다. 원주문화재 지광국사탑 환수추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새국면을 맞았다.

국가유산청이 2019년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아닌, 원위치인 원주 법찬사지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지광국사탑이 113년만에 고향 원주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 승묘탑. 탑의 재현품이 원주 거돈사지에 있다.

하지만 국보인 흥법사 염거화상탑과 보물로 등재돼 있는 거돈사 원공대사승묘탑, 진공대사탑비 비신, 흥법사 진공대사 탑·부 석관, 영전사지 보존제자 사리탑 2기, 보물급 문화재인 천수사 오층석탑과 삼층석탑은 여전히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지광국사탑 환수추진위 대표를 맡았던 박순조 전 원주문화원장은 "원주의 문화재 환수운동은 역사가 깊고,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의 환지본처를 이끌어 냈다"며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하려는 지속가능한 동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원주가 문화재를 환수할 정도의 여력을 갖췄는지 자문해 보고, 이들 문화재를 보관할 수 있는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남한강 유역의 법천사와 거둔사, 흥법사 등 폐사지를 기념하는 박물관 같은 공간을 조성하거나 국립춘천박물관 원주분소 등 시설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원주 천수사 오층석탑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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