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공무원, 군 간부, 정치인 등을 사칭해 소상공인들을 속이는 ‘노쇼 사기’가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소비 위축의 삼중고 속에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해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이 같은 사기는 ‘한 줄기 희망마저 짓밟는’ 반사회적 범죄다. 특히 최근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악용한 피싱 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강도 높은 대응이 절실하다. 범죄 수법은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지자체 공무원이나 군 간부,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을 사칭해 대량 계약을 제안한 뒤, 일부 물품을 제3업체에서 대리 구매해 달라고 요청한다. 피해 업주는 이를 진짜 계약으로 믿고 비용을 송금하지만, 이후 연락이 끊기며 피해만 떠안게 된다.
도내에서는 춘천, 원주, 동해, 홍천 등 곳곳에서 이 같은 범죄 시도가 줄을 잇고 있고, 그 수법은 더욱 교묘하다. 게다가 해외 조직이 개입한 정황도 확인되면서 검거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자영업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영업을 이어가기에 사기범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계약 성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확인 절차를 간과하게 되는 구조적 취약성도 있다. 더군다나 이들 피해는 대부분 현금 송금이나 즉각적인 거래로 이루어지기에 추적이나 환수도 어렵다. 생계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도 경찰과 지자체, 관계 기관의 대응은 아직까지 ‘주의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도와 18개 시·군, 경찰·소방서가 사기주의보를 발령하고 각종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범죄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제적 예방 시스템 구축과 피해 복구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다. 우선, 신분 사칭 범죄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 공무원을 사칭한 모든 통화, 계약 시도에 대해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사칭 사기 전담 핫라인’ 설치와 관공서 명의 도용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미뤄선 안 된다. 그리고 자영업자 대상 피해 방지 교육과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모바일이나 카드 문자로 URL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스미싱 범죄 예방 안내 역시 더욱 강화돼야 한다.
더 나아가 사기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보전 제도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피해 사실이 입증되면 일정 한도 내에서 정부가 긴급 복구 자금을 지원하거나, 민간 보험과 연계한 피해 구제 기금 마련도 논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