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역대급 가뭄에 취수원 고갈, 민생 덮친 ‘물난리’

고성을 비롯, 정선 등 강원 남부권 일부 마을
강릉 11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 지난해의 절반
물 재활용 등 수자원 관리 체계 재구축을

강원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역대급 가뭄이 장기화되며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고성을 비롯, 정선 등 강원 남부권의 일부 마을은 취수원이 완전히 바닥나 지자체가 직접 물을 운반해 식수를 공급하는 실정이다. 관측된 강수량마저 평년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가뭄 피해는 당분간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정선군 임계리와 반천리, 가목리 등은 이미 취수원 고갈로 운반 급수를 실시 중이며, 강릉시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 지자체들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관정 개발, 스프링클러 및 양수기 가동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저수율이 3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강릉 11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지난해의 50% 정도이며, 속초·삼척·고성 등 다른 시·군도 마찬가지다. 당장 눈앞에 닥친 급수 대란을 넘기기에도 빠듯한 형국이다. 가뭄은 단지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생존의 위기이자 지역경제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동해안 지역은 지형적 특성상 물 저장 능력이 낮고 강수량 편차가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물 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저수지 확대나 대체 수원 확보, 해수 담수화와 같은 중장기 대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상시화되고 있는 만큼, 과거의 물 관리 기준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주민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10년 전 동해안 지역에서 식수난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민들은 또다시 반복되는 고통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업 현장의 피해는 이미 목전에 다가왔다. 가뭄과 폭염이 겹치면서 작물은 메말라가고, 농민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현실 속에 “올해 농사는 망쳤다”는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의 긴급 대응은 물론, 농업용수 배분 기준의 조정, 가뭄 보험 활성화와 같은 정책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 재해적 가뭄 상황에서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향후 10일간 비 소식이 없다는 기상청의 전망이다. 이는 단기 대처 능력을 시험함과 동시에 강원자치도 물 자원의 구조적 취약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동해안은 전통적으로 강수의 편중과 하천 유량의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이제는 가뭄을 예외적인 재난이 아닌 상시적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물을 나누는 방식에서부터 저장·재활용·전환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스마트한 수자원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 간 협력도 필요하다. 인접 지자체 간 광역 상수도 연계망 구축, 취수원 공동 활용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하며, 특히 수력발전소 등 물 사용량이 많은 시설의 운영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돼야 할 시점이다. 지금은 민생과 생존이 걸린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나 행정 편의성의 틀 안에만 가둬서는 안 되는 비상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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