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이 한 문장은 21세기 기술 담론에서 가장 자극적인 문구이자 동시에 가장 큰 오해입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의가 사회 곳곳에 확산하면서 ‘대체’라는 단어는 곧잘 위기와 불안을 불러옵니다. 대부분 예술가 같은 창의적 직업군마저 AI의 위협 앞에 자신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는 대체재가 아니라 확장자입니다.
대체재란 기존 것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성격을 가집니다. 전기 전구가 등잔불을 밀어내고, 스마트폰이 공중전화를 사라지게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AI는 인간의 고유한 감각, 사고, 경험을 전면적으로 대신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가진 능력을 더 넓히고 더 깊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확장자라는 표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만 보더라도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문화기획자가 하나의 행사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부분은 데이터 정리나 예산 검토처럼 반복적인 관리 업무입니다. AI는 이 과정을 빠르고 정교하게 수행해 줍니다. 그 결과 기획자는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 지역과 소통하는 일, 이야기의 결을 다듬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기계적인 업무에서 해방된 기획자는 골목길을 직접 거닐며 도시의 숨결을 느끼고, 잊혀 가던 어르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시간을 확보합니다. 이는 곧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지역의 고유한 서사를 발굴하는 힘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발굴된 서사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지역만의 살아있는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합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본질적 작업이 AI와의 협업 속에서 오히려 강화되는 셈입니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I는 자료 검색, 논문 정리, 구조 설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하지만 문장에 숨결을 불어 넣고, 한 도시의 냄새와 공기를 담아내며, 세대가 공유하는 감각을 표현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입니다. AI는 글의 초안을 확장해주는 동반자이지, 결코 대체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닙니다. 즉, AI가 ‘가능성의 지도’를 펼쳐준다면, 그 지도 위에서 어떤 길을 택하고 자신만의 항로를 그려낼지 결정하는 것은 창작자의 고유한 몫입니다. 인간의 상상력과 경험은 대체되지 않습니다. 다만 도구와 협력할 때 더 풍부한 층위를 만들어 냅니다.
AI를 대체재로만 보는 시선은 인간의 위축을 불러옵니다. ‘빼앗긴다’라는 생각이 창작자의 손을 움츠러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확장자로 인식하면, 우리는 AI와 함께 더 창조적이고 더 자유로운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 AI는 마치 안경과 같습니다. 안경은 눈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히고 더 먼 것을 보게 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AI가 무엇을 빼앗는가?”가 아니라 “AI와 함께 무엇을 더 확장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모색하는 사회만이 인공지능 시대를 두려움이 아닌 기회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는 대체의 공포가 아니라 확장의 상상력을 가질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