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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집결한 소방대원들 "한번이라도 더 급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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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소방동원령…오전 9시 전국에서 소방차 몰려들어
설거지 물 아끼고 생수 비축해…시민 일상 뒤바뀐 모습
강릉아레나 생수 받기 위한 차량 들어서…전쟁터 방불

강릉시가 가뭄으로 생활용수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어려움이 커지자 행안부는 지난 30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강릉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31일 강릉시 강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강릉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이날 기준 14.9%로 뚝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릉=권태명기자

◇지난 31일 오전 9시 강릉시 연곡면 강북공설운동장에 강릉지역의 급수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소방 물탱크차가 집결했다. 소방청은 지난달 30일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제공
31일 강릉시민의 87%가 사용하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홍제정수장에서 전국에서 달려 온 소방차들이 운반해 온 물을 쏟아붓고 있다. 이날 강릉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계속된 가뭄으로 14.9%까지 뚝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 수도 계량기 75%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31일 강릉시민의 87%가 사용하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홍제정수장에서 전국에서 달려 온 소방차들이 운반해 온 물을 쏟아붓고 있다. 이날 강릉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계속된 가뭄으로 14.9%까지 뚝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 수도 계량기 75%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강릉 가뭄을 현장에서 마주하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31일 오전 9시 강릉시 연곡면 강북종합운동장. 강원을 비롯해 서울, 인천, 경기,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190여명의 소방관들이 타고 온 소방차 71대가 집결했다. 이들은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쉴 새 없이 물을 퍼 날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강릉 가뭄이 예상보다 많이 심각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강릉 홍제정수장까지 한번이라도 더 왕복해 급수 지원 작업을 돕겠다”고 말했다.

각 소방차는 이날 오후 8시까지 동해, 속초, 평창, 양양지역을 오가며 소화전에서 담아온 2,500여톤의 물을 강릉 홍제정수장에 쏟아부었다.

가뭄은 시민들의 일상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찾은 강릉시 강남동의 한 아파트. 이곳에 거주하는 임병동 강남동 26동 1반장은 강남동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계량기를 잠그며 가뭄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시는 지난달 27일부터 계량기 잠금 수준을 50%에서 75%로 강화했다. 당초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물 절약을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계량기를 조절하자 수돗물 물줄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주민들은 대야에 물을 받아 두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생수를 비축하고 있었다. 임병동 반장은 “아무래도 씻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물 사용량이 많은 저녁시간대에는 어르신들이 씻을 수 있도록 씻는 것을 자제하는 등 주민들이 다함께 물을 아끼고 있다. 다같이 고생하면 결국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시가 가뭄으로 생활용수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어려움이 커지자 행안부는 지난 30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강릉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31일 강릉시 강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강릉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이날 기준 14.9%로 뚝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릉=권태명기자

포남동의 한 카페 매장에서도 손님들이 일회용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설거지 물을 아끼기 위해 강릉시가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현재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급수가 강화되면서 일회용품 사용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카페 사장 A씨는 “물이 부족하면 원두를 내리기도 힘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 영업을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실제 일부 식당은 물을 아끼기 위해 영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구정면의 한 한식뷔페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6일까지 저녁 장사를 쉬기로 했다. 업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릉시민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강릉아레나 주차장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복지시설과 학교, 경로당, 유치원 등에 생수를 배부하고 있다. 강릉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이날 기준 14.9%로 뚝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 수도 계량기 75%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급수가 시행되고 있다.강릉=권태명기자

이날 강릉아레나 주차장에는 생수를 받기 위한 차량들이 끊임 없이 들어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강릉시청 복지민원국, 강릉시교육지원청 직원들과 김은희 김홍규 강릉시장 부인 등이 나서 시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었다. 이날 어린이집, 경로당, 요양원 등 복지시설 560여개소에는 2ℓ 생수 2만병, 500㎖ 2만6,000여병이 전달됐다. 유치원, 초·중·고 등 학교 67개교에도 총 90톤의 생수가 전해졌다.

이채희 시 복지민원국장은 “급식을 운영하는 시설과 복지시설에 선제적으로 생수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강릉시교육장은 “확보한 도교육청 예비비로 학교에 계속해서 생수를 공급해 정수기 물을 아낄 예정”이라며 “향후 악화될 상황을 대비해 원주의 세척업체에 식판 세척을 맡기는 것을 검토하는 등 교육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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