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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원주 문화재의 ‘환지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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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기자

1910년 한국을 무단으로 병합한 일본은 조선총독부 내무부 산하에 ‘고적조사반’을 설치, 우리 국토 곳곳을 파괴하면서 출토 문화재들을 무단 반출했다. 전통문화재의 고귀한 가치에 대한 일제의 높은 평가보다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민족사를 말살하려는 의도에서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지만, 적어도 원주의 석탑은 고향에 안착하지 못한 채 타향살이를 전전하고 있다. ▼원주시의회는 지난 1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원주 석탑 등 석조문화재를 원주로 환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의결했다. 건의문은 일제강점기 원주 석탑과 불교문화재 다수가 무단 반출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전시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엄중한 촉구다. ▼앞서 강원일보는 ‘AI(생성형인공지능) 저널리즘 리빙랩’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의제로 설정한 ‘돌아오지 못하는 탑들’을 집중 보도해 반향을 이끌었다. 올 6월26일 첫 보도가 나간 후 원강수 원주시장이 “역외로 유출된 지역 문화재 환수에 적극 나설 것”을 천명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의 박정하(원주갑) 국회의원은 “혼(魂)을 담은 문화재를 되찾는 일”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주에서 문화재 환수운동은 수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994~1996년 1차 반출문화재 환수운동이 펼쳐졌고,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은 ‘도난 위험’을 들어 외면했다. 국립박물관 용산시대 개막에 맞춰 2차 환수운동을 벌였으나,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 새 박물관의 중요 전시품으로 활용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7월 원주시의회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귀환’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문화재 환수운동은 다시 불붙었고, 마침내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의 환수라는 소중한 결실로 이어졌다. 문화재의 ‘환지본처(還至本處)’는 어느 시기를 특정한 이벤트가 아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원주시민으로서 정정당당한 요구이자, 우리의 문화 주권을 지키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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