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일보·길림일보 공동기획]창춘 신민대가…“백년 거리의 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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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조 완료 후 신민대가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 위치한 100년 역사의 거리 ‘신민대가’가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역사 건축물의 보존과 재활용, 공공 공간의 재구성, 기능성과 품질 개선, 세밀한 유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신민대가는 마치 살아 있는 도시의 역사책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다. 올 7월 5일, 총 길이 1.4km에 이르는 신민대가가 전면 리뉴얼을 마쳤다. “시민을 중심에 두고, 외관은 정교하게, 내부는 세심하게 다듬고, 거리의 정신은 활력 있게”라는 기조 아래, 역사와 현대 생활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985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신민대가

◇ 새로운 활력 주입: 백년건축이 들려주는 이야기

신민대가의 핵심 가치는 길을 따라 남아 있는 풍부한 역사적 자산에 있다. 이 묵묵히 서 있던 건물들을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을 것인가가 개조 작업의 가장 큰 과제였다. 보수 및 개선 사업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해, 과거의 흔적을 현재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말 그대로, “건축물에 말을 하게 한다”는 실천이 이뤄진 셈이다. 거리의 역사적 구조, 공간의 규모, 경관의 특색을 철저히 보존하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팀은 ‘보존 우선, 문화 중심, 개방 공유, 사람 중심’의 원칙을 따르며 현대적 미학을 결합했다.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선을 통해 역사 지구의 문화적 생명력을 재건한 것이다.

신민대가를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역사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주요 건축물의 외벽에는 디지털 안내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QR 코드를 스캔하면 AR 상호작용과 360도 실경 투어가 가능하다. 덕분에 건축물은 단지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문화 자산’으로 거듭났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역사에 대한 존중, 문화의 계승’이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연도별로 분포한 역사 건축물에 대해선 ‘원형 보존’을 기준으로, 청벽돌의 재료 선별부터 목창에 새겨진 조각무늬 하나까지 원공법을 참고해 복원했다. 건축물의 외양은 물론, 그 배경까지 고려한 조화로운 복원이었다.

‘건축이 말을 하고, 역사가 보이게 하자.’ 신민대가에는 스마트 안내 시스템이 구축된 총 15곳의 주요 건축물 해설 지점이 설치돼 있다. 방문객들은 박물관에서 출발해 문화재 보호 단위 건축물들을 순차적으로 관람하며, 하나의 거리 안에서 여러 개의 박물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일종의 ‘문화 장랑(회랑·긴 복도)’이 된 것이다.

신민대가를 운행하는 2층 관광 버스
신민대가 1445미터 랜드마크

◇시민과 함께하는 거리, ‘친민’을 키워드로

과거 신민대가 일대의 건물들은 대체로 담장 안에 감춰져 있었고,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들조차 시민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조를 통해 ‘개방과 공유’가 핵심 가치로 설정되며, 거리와 시민 사이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주차장은 사업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도시 재생에 있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 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신민대가에 위치한 중태해양세계의 마케팅 총괄 고오(高傲)씨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가로변을 따라 있던 담장은 하나둘 철거됐고, 회사 앞마당은 모두 시민에게 열린 공공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창문을 열면 푸른 청벽돌과 회색 기와의 역사 건축물이 보이고, 산책 중에도 자유롭게 마당에 들어가 건물 외벽을 만질 수 있다. 경계 없는 개조는 역사를 ‘먼 이야기’에서 ‘생활 속 이웃’으로 바꾸어놓았다. 거리의 기능도 ‘사람 중심’으로 최적화됐다. 기존의 보행로는 3m에서 6m로 넓어졌고, 미끄럼 방지 처리된 침투성 석재가 깔려 아이들과 노인 모두가 걷기 안전한 환경이 조성됐다. 곳곳에는 13개의 ‘포켓 공원’이 들어서 그늘진 쉼터, 충전 가능한 벤치, 예술 화분대 등이 마련돼 있다. 누구나 입장할 수 있으며, 인근 상점에서는 무료 온수와 응급약품을 제공한다. 자원봉사자들도 상시 배치돼 방문객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지하 시설 개조 역시 정교하게 진행됐다. 노후한 상하수도, 전기, 가스, 난방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됐고, 기존 보행로 안에 있던 각종 점검구들은 모두 외부로 이전돼 도시 기능의 흐름을 개선했다. 동시에 도시 홍수 방지 시스템과 내수(內水) 관리 기능을 통합해 대응력을 높였다. 바닥의 석재 마감, 가로등, 표지판, 버스정류장까지 모두 일관성 있게 정비돼 거리 전체의 통일성과 품격이 살아났다. 연석의 오목한 물받이, 독특한 형태의 배수구, 타원형 나무그릇 등 디테일도 사람을 위한 섬세한 배려로 가득했다.

'신민향신' 테마 포토 스팟
다양한 디자인의 페스토온 차량 퍼레이드
중태해양세계 입구에서 열린 공연 활동

◇새로운 산업과 문화, 살아나는 거리의 생명력

신민대가는 단순한 ‘거리’가 아닌, ‘문화와 소비의 결합 공간’으로 새롭게 기능하고 있다. 관광객의 방문지, 소비의 목적지, 트렌드를 이끄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역사 건축물의 보존과 문화관광, 상업 기능이 유기적으로 융합되며 거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개장 이후 다양한 이벤트가 연이어 진행됐다. 총 118회의 창의 콘텐츠 행사, 21개 몰입형 장면, 14개 인터랙티브 공연 장소에서 도시 심포니, 거리 음악회 등 15종의 공연이 펼쳐졌고, 퍼레이드 24회, 특색 공연 92회가 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했다. ‘춘성 만유(春城漫游·창춘에서의 낭만적 여정)’라는 이름의 테마 관광버스도 운영되며, 거리 전체가 하나의 무대로 변화했다. 개장 이틀 만에 55만 9,3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온라인 콘텐츠 노출량은 4억 회를 돌파했다.

‘역사+트렌드’라는 융합 모델은 상업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총 29개의 특색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이 중 13곳은 동북 지역 최초 매장이다. 우옌쭈 커피숍, 옌지유 서점 등은 각각의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면서도, 건축물 고유의 역사적 매력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건물을 바꾸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폐쇄에서 개방으로, 침묵에서 생동으로, 단일한 기능에서 다원적 융합으로, 신민대가의 변화는 단순한 거리 재생을 넘어선다. 그것은 도시가 ‘과거’를 대하는 방식, ‘시민’을 바라보는 태도, ‘미래’를 설계하는 관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선언이다.

100년의 시간을 품은 신민대가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도시가 역사에 대한 경외와 시민에 대한 존중,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길림일보=장춘영·고서화·완즈주기자

1937년의 신민대가
1950년대의 신민대가
1987년의 신민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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