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고령 친화 주거 불모지

염하나 속초시의원

속초시는 노령인구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우리시는 주거, 의료, 복지 등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준비가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은퇴자 유입정책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도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몇 년간 속초시에 아파트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분양가 역시 매번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파트는 입지, 층수, 브랜드 홍보에 치중할 뿐, 초고령사회라는 시대적 흐름을 아파트 주거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고령 친화 주택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과 고소득층을 위한 실버타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 결국, 고·중·저소득층 모두를 아우르는 맞춤형 고령 친화 주택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파트 건축과 건설은 행정의 외부적 요인이라 하더라도, 속초시 행정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조차 여전히 시설 개선 중심의 정책에 머물러 있다. 노인의 주거 문제는 단순한 거주 공간 확보를 넘어 건강과 안전, 돌봄 서비스가 결합된 통합적 지원이 필요한 중요한 사회적 의제이고 특히, 속초시처럼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주거정책이 타지역 은퇴자 유입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 시설 확충이나 병원 중심의 지원을 넘어, 고령자가 살던 지역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재가요양 중심의 주거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자의 생애주기별 요구를 반영한 주거정책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먼저, 아파트 단지 내외부에 무장애 환경을 조성하고 공용시설을 활용해 식사 제공, 건강관리 등 고령 친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존 주택에는 미끄럼 방지 타일, 안전 손잡이 설치 등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령자가 건강 상태에 따라 연속적으로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돌봄 통합 지원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예방 단계에서는 만성질환 관리와 교육을 강화하고, 일상 돌봄 서비스는 소득 기준을 폐지해 더 많은 고령자가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돌봄이 더 필요해지는 시기에는 방문재활, 이동지원 등 수요가 높은 서비스를 확대하고, 의료 영역에서는 방문진료와 간호를 제공하는 재택의료센터 운영이 필요하다.

노령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주거 밀집 지역에는 ‘찾아가는 의료 버스’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제2도시인 부산, 인천의 경우 병의원 접근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와 후속 지원까지 연계할 수 있는 의료·돌봄 통합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해 25인승 버스를 개조하여 ‘찾아가는 의료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속초시가 본받아야 할 귀감이다.

중산층 고령자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지원형 주거를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노인복지주택과 같은 시설을 확충하고 고령자가 필요한 서비스와 제품을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주거와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고령자의 다양한 주거 욕구를 충족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연속적으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이중의 도전에 대응하는 과정이야말로 속초시가 미래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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