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용 블랙박스와 CCTV 등이 일상화됐지만 주정차된 차량에 파손을 입힌 뒤 현장을 이탈하는 이른바 ‘물피 도주’ 범죄가 여전하다. 처벌 수위가 낮은 탓에 쉽게 도주를 시도한다는 지적과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이모(25)씨는 지난 15일 오전 8시께 출근을 하기 위해 주차장에 갔다가 차량 왼쪽 후미가 심하게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전날 밤 멀쩡했던 차량이 아침에 보니 심하게 긁혀 있었다”며 “도색비만 40~50만원 가량 책정됐는데 가해자가 연락 한 통 없이 도주했다”고 토로했다. 17일 춘천 조양동에서도 불상의 차량이 주차된 차량 뒷 범퍼를 들이받았다는 뺑소니 의심 112 신고가 접수 됐고, 지난 7월에도 춘천시 소양로길에서 승용차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1~2024년) 도내에서 발생한 물피도주(사고 후 미조치)사건은 해마다 9,000여건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끝내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주정차 차량에 접촉사고를 낸 경우 인적사항을 남기는 등 사후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겨도 처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 벌점 25점 등의 행정처분에 불과해 같은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내 현직 경찰은 “물피도주 범죄는 사고현장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가해자 검거에 난항을 겪는다”며 “사고 후 달아나는 행위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높여 자발적 신고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